깁스(gips)는 정형외과 교정에 이용되며 독일어로 석고를 의미한다. 과거 석고를 붕대에 발라 외과 교정에 애용되었지만 최근에는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재질의 다양한 깁스 재료들이 이용되고 있다.
사람은 팔뼈에 금이 가면 깁스를 한다. 깁스는 어지간한 충격이나 움직임에도 골절 부위를 단단하게 고정해준다. 뼈가 붙는 4~6주 정도 동안 착용하며 치료 효과도 좋다. 골절 수술을 받은 후에도 완벽한 회복을 위해 깁스를 착용한다.
하지만 반려견에게 골절이 발생할 경우 깁스 적용은 고민이 된다.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수술하지 않고 깁스로 치료되기를 희망한다. 사실, 동물에게 깁스는 사람에게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며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동물에게 적용되는 깁스는 가벼우면서 견고해야 한다. 골절부위를 견고하게 유지하려면 피부와 밀착되어야 하는데 자칫 압박이 강해지면 혈액 순환을 방해하여 다리가 괴사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람이라면 깁스 후의 불편함이나 통증을 곧바로 표현하지만 동물은 서서히 진행되는 혈행 장애나 통증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깁스를 여유롭게 장착하면 골절 부위가 움직이면서 골유합이 방해되기도 한다.

우유(포메라니언·1.3㎏)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유는 45일 전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다 왼쪽 앞다리 발목(경골)뼈가 골절되었다. 보호자는 인근의 동물병원을 방문하여 엑스레이(X-ray)를 찍을 당시에는 골절된 뼈의 변위가 심하지 않아 깁스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할수록 깁스한 다리가 가늘어지면서 깁스가 처음처럼 골절된 부위를 견고하게 받쳐주질 못했다. 골절된 골단면이 흔들릴수록 뼈의 유합은 지연되고 염증이 발생하여 비정상적인 골단부 변형이 이루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심하게 어긋나 버린다.

우유가 본원에 찾아왔을 때는 이미 외관상으로도 앞다리뼈가 심하게 꺾여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우유가 다시 걸으려면 염증화되고 웃자란 골조직들을 제거하고 다듬어 골단면을 최대한 밀착시킨 상태로 플레이트를 시술해야 했다. 처음 골절 상태의 수술에 비해 몇 배나 오래걸리고 힘든 수술이 되어버렸다. 우유의 앞다리에는 견고한 플레이트가 장착되었으며 6개의 스크류가 경골에 박혀졌다.

6주 이상 깁스를 하고 있었던 우유의 다리는 심하게 위축되어 있었다. 입원 기간 동안 혈관 재생과 골유합 촉진을 위한 레이저 재활치료를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다리 근육도 심하게 위축되었기 때문에 수술 후에는 깁스를 하지 않고 오히려 앞발을 디디도록 유도했다. 수술 후 2주 뒤부터 우유는 앞다리를 스스로 딛기 시작했고 골단부에도 예쁘게 뼈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으로 4주 정도는 걷기 운동을 권장하고 재활 치료는 꾸준히 받아야 한다.

소형견들에게 골절이 잘 일어나는 이유는 말 그대로 약해서이다. 왜소할수록 뼈와 치아는 약하고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이 쉽게 발생한다. '유리 강아지'란 표현이 어울린다.
개의 품종 중에는 오랜 기간 환경에 적응하며 서서히 체형이 작아진 품종들이 있다. 하지만 펫샵에서 거래되는 미니사이즈 반려견은 생산자의 의도가 개입돼 있다. 품종 개량이라는 명분으로 왜소증을 고의적으로 유발시키기도 한다. 단시간에 체형을 소형화시키려다 보니 왜소하게 태어난 개체들끼리 교배가 반복되어지고 유전학적 결함들이 빈발한다. 골절, 슬개골 탈구, 고관절이형성, 소간증, 심장병, 선청성 신경병이 이에 해당한다. 왜소한 반려견을 보살피는 가족들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소형견의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두가지를 당부드린다. 먼저 성장기 과체중을 주의하자. 더 잘 먹여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급속한 과체중을 부추긴다. 성장기 다리뼈는 길이는 길어지는데 단단함이 부족하여 오히려 골절이 다발하는 경향이 있다.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릴 때의 충격은 몸무게의 수십 배에 해당된다. 착지하려던 앞다리가 잘 부러지는 이유이다. 두번째로 미끄럽지 않은 바닥이 도움된다. 미끄러지지 않는 바닥을 맘껏 달리다보면 성장판이 자극되어 뼈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 성장기일수록 몸을 가볍게 유지하면서 달리는 놀이를 권장하는 이유이다.
미니사이즈, 미니컵, 초소형견이 등장하는 이면에는 작은개를 선호하는 수요가 있다. 이미 초소형견을 입양한 상황이라면 유리 강아지 다루듯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한 순간의 방심으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경우들을 자주 경험하기 때문이다.
아직 입양을 고려 중이라면 소형견보다는 튼실한 반려견을 권해드리고 싶다. 진료비 부담도 만만찮지만 아픈 동물을 보살피는 보호자의 안타까움은 아픈 자식을 돌보는 부모의 마음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양지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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