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매일신문] 대구 유흥가는 점점 커지고…

입력 2020-06-09 06:30:00 수정 2021-07-01 18:03:33

1970년 6월 9일자 매일신문 4면에 실린
1970년 6월 9일자 매일신문 4면에 실린 '유흥가 디럭스화'라는 제목의 기사. 매일신문 DB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밖에서 술마시기 쉽지 않은 요즘입니다. 각종 유흥업소들이 코로나19 확산의 또다른 매개체가 되다보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아예 '집합금지명령'을 내리면서 문을 못 여는 상황이 돼 버렸죠.

50년 전 매일신문을 살펴보다 대구 유흥가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1970년 6월 9일자 매일신문 4면에 실린 '遊興街…디럭스化'(유흥가…디럭스화)라는 기사인데요, 대구지역 유흥업소들이 인테리어에 열을 올리면서 점점 고급화를 꾀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기사를 살펴보면 이전 해인 1969년 6월 '궁전'이라는 살롱이 당시로서는 거액인 장식시설비 400만원을 들여 개업하면서 대구 유흥가의 지각변동이 시작됐고, 각종 유흥업소가 10곳에서 30곳으로 3배 늘면서 장식업계의 호황을 가져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원색에서 모노톤으로 변하는 실내장식의 변화상과 전자올겐, 에어컨 등 당시로서는 호화 설비를 갖추느라 사채까지 끌어쓰는 행태를 통해 '업체는 망해도 손님은 기분난다'는 신조어까지 생겼다고 말합니다. 이날 신문 6면에는 기사에 언급된 한 업소의 광고가 실려 있는데요, 기사 내용처럼 실내 설비에 엄청나게 신경썼음을 자랑하고 있습니다(참고로 이 업소가 위치한 곳은 현재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곳이더군요.).

1970년 6월 9일자 매일신문 6면 하단에 있는 유흥업소 광고. 매일신문 DB
1970년 6월 9일자 매일신문 6면 하단에 있는 유흥업소 광고. 매일신문 DB

2000년대 들어서 한 때 '밤사'나 '청춘나이트'처럼 90년대 댄스가요를 틀면서 추억여행을 할 수 있던 클럽이 유행하기도 했고, 지금은 없어진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규모로 승부하던 업소도 있었지만 다 추억이 돼 버렸네요.

요즘 대구지역 클럽들도 예전같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몇 주 전에 클럽이 많다는 로데오거리에 갔더니 어떤 클럽은 아예 건물 내부를 뜯어내고 있었고, 지하1층과 1층을 뚫어서 쓰던 한 클럽은 1층에 미용실이 들어서 있는 등 규모가 많이 줄어있더군요. 2000년대 중후반에 외지 자본이 열었던 클럽들은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구요. 안타깝다고 해야 할 지, 씁쓸하다고 해야 할 지… 기분이 묘했습니다.

1970년 6월 9일자 매일신문 7면에 실린
1970년 6월 9일자 매일신문 7면에 실린 '유원지 풍기문란 여전'이란 제목의 기사. 매일신문 DB

이날 신문에는 노는 데 대한 이야기가 눈길을 많이 끄네요. 7면에 실린 '유원지 風紀문란 如前'(유원지 풍기문란 여전)이란 기사를 살펴보면 현충일인 6일 수성못 인근 숲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전축을 틀어놓고 난잡한 춤을 추며(어떻게 췄길래?) 놀아 소풍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각 경찰서에서 폭력을 휘둘러 적발된 110명 등 총 244명이 경찰서 신세를 졌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놀러 갔으면 주변에 폐 끼치지 않고 곱게 놀다 와야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네요.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