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빈대’ 잡기 후폭풍

입력 2020-05-28 15:19:50 수정 2020-05-28 23:23:27

사진은 대구 수성구 아파트. 매일신문DB
사진은 대구 수성구 아파트. 매일신문DB
최두성 경제부 차장
최두성 경제부 차장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를 골자로 한 정부의 5·11 정책 발표 후 지역 건설·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이 부쩍 많아졌다. 정확하게는 불만과 우려가 늘었다.

규제지역에 한정했던 전매 금지(소유권 등기 이전 때까지)를 대구 등 지방 광역시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 21탄으로 정부는 이를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8월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규제지역의 짧은 전매 제한 기간을 악용해 전매를 목적으로 청약 시장에 투기 수요가 유입, 청약이 과열되고 이 탓에 실수요자들의 당첨 확률이 낮아지는 등 피해를 본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곁들여 수도권과 광역시 민간택지 단지의 고경쟁률을 뚫은 당첨자 4명 중 1명이 전매 제한 종료 후 6개월 이내에 분양권을 매도했다는 자료를 내밀며 "전매 제한 기간이 늘어나면 실수요자의 당첨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청약 시장에서 가수요, 투기 요소를 걷어내겠다는 정부 방침은 그른 게 없다.

실제로 코로나19에 대구의 부동산 거래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신규 분양 단지들의 나 홀로 '불패'는 이어지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두 자리, 세 자리에 이르렀으니 정부 말대로 실수요자의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빈대(투기 세력) 잡자고 초가삼간(지역 부동산 시장)을 태우는 꼴"이라 힐난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업계 이기주의로만 치부할 수 없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수많은 정책을 내놨고 지금까지의 방식은 과열지구를 콕 집어 규제를 가하는 '핀셋' 방식이었다. 그러나 과열은 규제를 피한 주변으로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예 지역 특성, 사정 살피지 않는 '뭉뚱그리기식' 정책을 꺼냈다.

전매 금지를 대구 전역으로 확대하면서 나타날 현상은 '수성구'와 '비(非)수성구', '달구벌 라인'과 '비달구벌 라인' 간 양극화 심화다.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수성구는 대출 규제와 함께 전매 금지라는 제약을 받아왔는데, 대구 전역이 전매 금지가 되면 수성구를 옥죈 규제 하나가 떨어져 나가는 셈이 돼 수성구 쏠림 현상이 다시 가속할 것이라는 건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예상해볼 수 있는 결과다.

대출 규제 장벽은 존재하니 자금력이 수성구 진입의 자격 요건이 되고 수요가 집값 상승을 부를 것이라는 건 상식이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3월 이후 하락 후 보합을 이어가던 수성구 매매가는 정책 발표 뒤 일주일(18일) 만에 대구서는 가장 큰 폭인 전주 대비 0.08% 상승한 데 이어 25일에도 0.07% 뛰었다.

비인기 지역은 반대 상황에 몰릴 게 뻔하다. 청약 당첨 기회가 높아졌다고는 하나 가격 상승이 예상되지 않는 곳에 애써 쌓은 청약 가점을 사용하려는 이들이 많지 않아 미분양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시장 반응에 사업 외면·포기, 부도 사태 등이 발생하면 주택 공급의 지역적 불균형은 물론 코로나19로 휘청거리는 지역 경제 전반이 침체할 수 있다는 건 기우일까.

이런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구 단위 규제의 광범위함을 지적하며 읍·면·동 단위로 축소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청약시장에서 통상 투기 수요 유입 여부를 경쟁률 20대 1로 본다. 규제의 칼은 이런 곳에 휘두르면 된다. 빈대 잡자고 너른 지역 불을 지르는 건 무모함이며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지역 사정 살피기가 귀찮았다면 부지런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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