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나는 나를 사랑해요"라 말하는 아이의 부모

입력 2020-05-25 06:30:00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족과는 가까운 시간을 보낼 기회를 더 얻었습니다. 그간 자녀를 살뜰히 살피는 부모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몸뿐 아니라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튼튼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나는 나를 사랑해요"라 말하는 아이로 길러내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가 스스로를 오롯이 사랑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 스스로의 마음 알기, 표현하기, 사랑하기

버지니아 M. 액슬린의
버지니아 M. 액슬린의 '딥스' 표지

마음을 잘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할 기회를 놓치곤 할 때가 있습니다. 갖가지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의도적으로 꽁꽁 숨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결국 뜻하지 않게 드러나 외면해온 스스로의 감정을 마주해야만 할 때도 생깁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 '딥스' 속 주인공 딥스도, 딥스의 부모도 마음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딥스의 아버지는 저명한 과학자, 어머니는 촉망받는 외과 의사였습니다. 그렇지만 유능한 부부는 첫 아이 딥스를 미래에 대한 걸림돌로 여긴 채 마음으로 품지 못했습니다.

풍족한 재력으로 딥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뉴욕 일류 사립 유치원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5살이 된 딥스는 결국 공격성, 퇴행, 관계의 단절을 보이며 정신병원으로 보내질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때 딥스는 놀이치료의 선구자로 통하는 버지니아 M. 액슬린 박사와 만나게 됩니다.

박사가 만난 딥스는 무언가 마음에 괴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자기 마음은 감추고 안전하고 생명 없는 물건만 골라 그 물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딥스의 부모도 태연한 척하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어떻게든 피합니다.

하지만 액슬린 박사는 자신을 통해 딥스나 딥스의 부모를 극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을 품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딥스를 만나며 놀이치료를 이어갑니다. 그리고 딥스와 딥스의 가족 내면에서부터 변화가 생기길 기다립니다.

딥스가 마침내 천천히 변화하기 시작한 어느 날, 딥스의 어머니는 스스로 액슬린 박사를 찾아와 딥스의 성장과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진정한 애정으로 교류하진 않은 채 지적 가르침과 물질적 풍요에만 초점을 맞춰 죄책감을 잊으며 키워온 경험을 말입니다.

액슬린 박사는 딥스의 어머니 역시 그렇게 자랐다는 걸 알게 됩니다. 딥스의 어머니는 지금껏 자신들이 딥스를 사랑으로 키우지 못한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닫아버린 채 살아왔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자신도 실패할 수 있고, 실패한 걸 인정한다고 울며 말합니다. 딥스는 "나는 나를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아이로 변해 갑니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며, 건설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은 아이가 저절로 알 수 없습니다. 가정을 중심으로 한 관계 속에서 배워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을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습니다.

◆ 아빠는 사실 겁이 나!

칼레 스텐벡의
칼레 스텐벡의 '나는 가끔 겁이 나요' 표지

어린이의 목소리로 자신은, 그리고 자신의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는 언제 겁이 난다고 말하는지 이야기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스웨덴 작가 칼레 스텐벡의 '나는 가끔 겁이 나요'입니다.

책 속 화자인 어린이는 겁이 날 때 배가 간질간질하며 심장이 쿵쾅거리고 눈물이 날 때도 있습니다. 가끔은 겁이 나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책에서 주목할 점은 아이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표현하며 아이와 공유하는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아이가 스스로의 감정을 건설적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부모가 먼저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했을 때 버럭 화를 내어 버리곤 할 때가 있을지 모릅니다. 마음을 표현하기 전에는 반드시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이전과는 다르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네가 그런 행동을 하면 소중한 네가 다칠까봐 아빠도, 엄마도 사실은 겁이 난다"고 말입니다. 그런 표현을 듣고 자란 아이는 분명 "나는 나를 사랑해요"라 말하는 아이로 자라게 될 것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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