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상 산업연구원 원장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유례없는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수출에 의존하는 제조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제조업과 자영업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경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지역경제에 대한 비대칭적 충격은 지역발전은 물론이고 국가의 균형 발전도 후퇴시켜 나라 경제의 부실을 초래한다. 지역의 실업 증가와 제조업의 기반 침하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이의 교정에 들어갈 사회적 비용도 덩달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위기 극복 대책에서 자칫 간과하기 쉬운 지역경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발전에 필요한 공공 인프라 사업을 통해 지역의 발전 여력을 조기에 확보하고 지역의 인적 자본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지역의 제조업 기반이 훼손되지 않도록 공급 사슬을 복원하고 수요 기반도 확충해야 한다. 특히 전 지역에 걸쳐 수요와 공급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복합적이면서도 다차원적인 지역 뉴딜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경제가 예전의 모습으로 단순 복귀하는 것은 곤란하다. 코로나 위기가 발생하기 전부터 지역경제는 성장 한계에 직면해 왔다. 만일 위기 극복 후 지역경제의 모습이 현재의 지역경제와 같다면, 이는 지역경제가 지역의 발전을 견인하지 못한 채 이전과 같은 특정 산업구조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경제가 특정 산업구조에 갇히는 현상은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이로 인해 지역산업은 조로 현상을 보였고 경쟁에 노출되는 정도가 심해지면서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간 지역경제가 부진한 가운데에서도 계층적 구조에서 다양한 산업구조로 분산되어 발전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과거 대기업에 의존한 경제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사업체가 연계되어 거래되는 보다 복잡한 경제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산업의 다양성이 커지고 고도화 수준도 미흡하지만 향상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대규모 사업체에 의존하는 경제이지만, 지역마다 다양한 기업을 토대로 차별화된 산업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향후 지역경제에는 이러한 기반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지역은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를 찾아내고 이에 부합되는 산업구조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지역경제는 소수의 기업에 의존하고 과거의 산업구조에 고착되었으며, 변화에 대해 경직적이고 지역 간에 경쟁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지역 내 기업 간 거래 구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 또 많은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지역 고유의 성장 경로와 이에 부합되는 산업구조가 유연하게 재설정될 수 있는 경제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별로 산업의 성장 경로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지역별로 특화된 성장 경로의 확인은 불필요한 사업 탐색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지역에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산업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다. 성장 경로 확립을 통해 추진되는 지역 뉴딜은 이전과 다른 지역경제의 성장과 균형 발전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가꿀 나무는 밑동을 높이 자른다는 말이 있다. 전대미문의 위기가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겠지만, 지역과 균형 발전을 위해 밑동을 살피고 나아갈 방향을 정리하는 준비가 필요한 때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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