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활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관련 단체에 이용만 당했다"며 위안부 단체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지난 28년간을 이어온 "수요집회에 더는 참석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 할머니는 7일 대구시 남구 한 찻집에서 또 다른 맺힌 한을 풀듯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위안부 대책 관련 단체에 그동안 이용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향해서는 "자기 사욕 차리려고 위안부 문제 해결 안 하고 애먼 데 가서 해결하겠다고 한다"며 날을 세웠다.
이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들 중에서도 가히 '아이콘'이라 할 만하다. 이 할머니는 지난 2007년 미국 의회에서 피해 사실을 증언했고, 미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데 기여한 바 있다. 이 일화는 2017년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만들어졌다. 주연 나옥분 역을 맡은 배우 나문희 씨의 실제 모델이 이용수 할머니였다. 그런 할머니가 위안부 관련 단체에 일갈하고 더 이상 함께하지 않겠다고 결별을 선언한 것은 상징적이다.
이 할머니의 "귀한 돈과 시간을 쓰지만 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는 말은 폐부를 찌른다.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친하게 지내면서 대화를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했다. 증오를 부추기는 집회 대신 한일 대화와 교육을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수요집회를 없애더라도 사죄와 배상은 백 년이 가도 받아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기 위해선 데모가 아니라 교육이 필요하다"며 관련 단체와 선을 그었다. 정의기억연대에 대해 "자기들과 함께하는 할머니는 피해자라며 챙기지만 단체에 없으면 피해 할머니라도 신경 안 쓰는 걸 봤다"는 고백은 아픈 대목이다.
위안부 문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한일 관계의 발목을 잡은 대표적 과거사였다. 한때 한일 합의를 통해 진전을 이루기도 했지만 관련 단체가 개입하며 사태 해결은커녕 외교적으로 더 꼬여온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 그 아이콘인 할머니가 새 해법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기억이 올바르지 않은 한 할머니의 푸념쯤으로 넘길 일이 아니라 한일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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