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써달라" 했다 멱살…택시기사 '승차거부' 고민

입력 2020-04-30 17:32:39 수정 2020-04-30 20:26:22

감염 걱정에 부탁…일부 승객 폭언
일부 지자체 승차 거부권 한시 도입
대구시 "행정명령 검토 강제성 없어"

매일신문 DB
매일신문 DB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승객에 택시기사·대리기사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손님을 거부할 권리가 없는 데다 착용을 부탁했다가 마찰까지 빚는 사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마찰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가 승차 거부권을 한시적으로 도입했지만 대구시는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개인택시 기사인 신모(61) 씨는 며칠 전 술에 취한 승객과 마찰을 빚었다. 승객에게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한 말이 발단이었다. 승객은 "네가 뭔데, 몇 살이야?"라며 신 씨에게 따졌다. 택시기사에겐 마스크 미착용 승객을 거부할 권리가 없기에 승객의 폭언을 그대로 들어야만 했다. 신 씨는 "마스크를 안 쓴 승객에게는 으레 하는 말인데 험한 말까지 들을 줄 몰랐다"며 하소연했다.

지난 22일에는 대구에서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구한 대리기사와 차주가 실랑이를 벌여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했다. 차주가 마스크를 하지 않고 계속 기침하자 대리기사는 감염 걱정에 "마스크를 써달라"고 부탁했고 기분이 상한 차주가 목적지에 도착해 대리기사의 멱살을 잡았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다툼이 잇따르자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마스크 미착용 승객에 대해 승차거부를 할 수 있도록 승차 거부권을 한시적으로 도입한 바 있다.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부산시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컸던 지난 3월 한시적으로 택시 승차 거부를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여전히 승차 거부권 도입에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특히 지난 27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공공시설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이용을 못 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확한 시행 시기는 못 박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앞으로 코로나19의 제2 확산이 벌어질 경우 대중교통 승차를 거부할 행정명령을 내린다는 상징적 의미"라며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승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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