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가 망가뜨린 것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 안타까운 것이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1호기 준공식이 무산된 점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국내에선 '탈원전', 해외엔 '원전 수출'이라는 일견 모순된 정책을 펼쳤기에 '수출 원전 1호' 준공식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관심사였다. 그 메시지를 들을 기회를 날린 것이다.
UAE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산유국이다. 석유 부국이 중동 첫 원전을 짓겠다고 나선 것은 미래지향의 결과였다. 이는 원전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쌓아 온 우리나라엔 더없는 기회를 줬다. 한전과 두산중공업 등 '원전 팀코리아'가 프랑스를 꺾고 186억달러(22조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방사능 외부 누출사고 확률 0%에 도전한 한국표준형원자로(APR-1400)가 효자 노릇을 했다.
이번에는 한국이 약속한 가격에 원전을 지어 가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한국은 보란 듯 공사를 마쳐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우리나라가 활발하게 원전을 짓고 운영하며 인력과 기술력, '부품 공급망'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야흐로 세계 원전시장은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발주가 시작된 신규 원전이 158기에 이른다. 대부분 중국, 러시아, 프랑스 같은 원전 강국 몫이다. 그래도 아직 사업자를 정하지 못한 23기가 남아 있다. 최소 1천억달러(120조원)에서 1천200억달러(144조원) 시장이 주인을 기다린다.

한국은 경수로형 원전 건설에 관한 한 세계 최고다. 그런 한국이 주춤하고 있다. 매년 수조원씩 흑자를 내던 한전이 전기료 인상을 고민하고 원자로 주기기를 공급하던 두산중공업은 수백 명 규모의 명예퇴직을 실시할 정도다. 협력사들은 일감의 60%를 잃었다. 수십 년 원자력 산업을 일으켜 온 주역들이 휘청거린다. 그 사이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원전 안전성이 떨어지는 나라들이 세계 원전을 싹쓸이하듯 한다. 한국 원전이 외면받는 사이 세계는 더 위험해지고 있다. 부품 공급망이 무너지면 가동 중인 우리나라 원전 안전도 위태로워진다. 그야말로 탈원전의 역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한국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정부는 1, 2차에 이어 3차 추경을 예고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 정책도 이야기된다.

섣부른 탈원전으로 수천~수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부터 살펴야 한다. 원전 1기 건설 여부에 수천 개의 일자리가 생멸한다. 신한울 3·4호기 중단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두산중공업 노조가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촉구하는 것은 원전산업 생태계를 되살려 놓으라는 뜻이다.
UAE가 원전 건설을 발표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은 "산유국이 왜?"였다. 답은 '빈 사에드 알 막툼' 현 국왕의 말을 듣고 풀렸다.
"나의 할아버지는 낙타를 탔다. 나의 아버지도 낙타를 탔다. 나는 벤츠를 몬다. 나의 아들은 랜드로버를 타고, 그의 아들도 랜드로버를 탈 것이다. 하지만 그의 아들의 아들은 낙타를 타게 될 것이다."
'오일 머니'의 유한함을 깨닫고 대책을 세우려는 지도자의 통찰이 담겼다. 따지고 보면 원전으로 우리 세대는 산유국에 다름없는 부를 일궜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IT 강국은 값싸고 질 좋은 전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우리가 그랬듯 후세대도 그래야 한다. 경제 살리기, 탈(脫)'탈원전'에서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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