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힘' 장기미제 성범죄 DNA로 범인 검거

입력 2020-04-24 18:15:37 수정 2020-04-24 20:22:19

25일 제57회 '법의 날' 시민 설문조사 "성범죄 처벌 강화해야" 응답 최다
17년 묻혔던 성범죄, 감식 결과로 덜미

DNA 분석기법 등 과학기술의 발달로 오랫동안 묻혔던 성범죄가 해결된 사례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25일 제57회 '법의 날'을 맞아 '정의와 심판'이 다시 강조되는 가운데 성범죄와 강력범죄 등의 범인을 밝히는 데 과학기술의 발달이 큰 힘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11월 대구지법 서부지원. 한 피고인이 한 여성(당시 24세)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 사건은 2001년 8월에 발생했다. 새벽 시간대에 서울 강동구 한 반지하 주택에 몰래 침입해 저지른 범죄였다. 무려 17년이 지나 재판이 이뤄진 것이다.

피고인은 2017년 수원에서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대구교도소에서 수감하던 중 DNA 감식 결과로 덜미가 잡혔다.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7년된 장기 미제 사건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성폭력 사건 모니터링단으로 해당 사건을 지켜본 신미영 대구여성회 사무처장은 "흔치 않은 사건으로 기억한다"며 "뒤늦게나마 정의가 실현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10년 이상 검거되지 않던 성범죄자가 택시 승객과 시비가 붙는 바람에 붙잡힌 사례도 있었다. 2004년 11월과 2007년 5월 각각 부산과 울산에서 10대 청소년을 성폭행한 피고인이 지난해 7월 부산지법에서 재판을 받았다.

이 피고인은 자신이 운전하는 택시의 여성 승객과 시비가 생겨 경찰 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DNA를 분석한 결과 과거 범죄가 탄로난 것이다. 그는 "최근 10년 동안 성실하게 생활했다"고 선처를 탄원했지만 법원은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성범죄에 관한 사회적 공분이 높아지면서 장기 미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수사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법무부가 제57회 법의 날(4월25일)을 맞아 SNS 이용자 2천230명을 대상으로 '처벌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범죄유형'을 묻자 응답자의 39.6%가 성범죄(1위)를 꼽았다.

경찰도 매년 미제사건에서 발견된 DNA와 수형자 DNA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대조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DNA가 새롭게 발견되는 사례도 늘고 있는데,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이춘재가 바로 그런 경우다.

김경호 대구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장은 "예전에는 결과를 낼 수 없었던 분석자료가 재분석을 거치면서 발견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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