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우주로부터의 귀환

입력 2020-04-22 10:38:09 수정 2020-04-22 15:45:32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오래전에 다치바나 다카시가 저술한 '우주로부터의 귀환'이란 책을 읽고 우주여행과 우리가 사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적이 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성심을 다하는 성격인 다치바나가 저술한 다수의 책들이 우리말로 번역되었는데, 이 책은 상당한 반응을 불러일으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것으로 기억된다. 다치바나는 이 책을 저술하기 위해 당시까지 있었던 200여 명의 우주인들 중 절반 가까이 인터뷰하여 그들의 우주 체험들을 정리했다.

우주여행 초기에는 지구를 도는 궤도비행을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차츰 거리와 시간의 범위를 넓혀서 마침내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단계에 이르렀다. 아폴로 17호를 마지막으로 달 여행을 마감했지만 러시아와 미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주정거장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사람을 다시 달과 화성에 보낼 계획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주인이 되기 위한 선발 과정이 얼마나 치열하고 엄격한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의 경우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선발된 사람들이 실제로 우주비행을 할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하는 훈련은 참으로 눈물겹고 웬만한 사람은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우주여행 체험을 한 사람들 중에는 종교적 신앙을 가진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인류 최초로 우주 경험을 한 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지상에 도달한 후 "우주에 나가니 하느님이 없더라"라는 말을 했다. 두 번째로 우주 경험을 한 미국인 존 글렌은 "우주로 나가니 하느님이 계시는 것을 더욱 실감할 수 있더라"라고 했다. 같은 체험을 했지만 두 사람의 생각이 이렇게 다른 것은 각자 살아온 삶의 여정과 선택의 자유가 큰 몫을 했을 것이다. 또한 소련과 미국이 제공한 언론의 제한과 자유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이들에 이어서 우주 체험을 한 많은 수의 우주인들의 종교관 변화는 무신론 쪽이 아니라 유신론 쪽으로 기운 경향이 강하다. 다치바나에 의하면 자신의 임무를 마감한 후 선교사가 되어 활발한 활동을 한 우주인조차 있다고 한다.

아폴로 우주선을 타고 달에 다녀왔던 유진 서넌은 "지구에서 멀어짐에 따라 지구 전체가 한눈에 보이고 지구상에서 시간이 흐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해 뜨는 지역과 해 지는 지역이 동시에 보이고 지구가 회전하고 시간이 흘러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공간적 존재인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하여 하루와 1년이라는 시간이 발생하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만약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현재 체험하는 시간이라는 존재가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해진다.

지구에서 38만㎞ 떨어져 있는 달에 간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온갖 훈련을 거쳐 죽음을 각오하기까지 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인류는 아폴로 비행 이후 아직도 달에 사람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과정들을 거쳐 도달한 달에서 칠흑같이 캄캄한 거대한 공간인 우주를 바라보니 지구에서 그리 멀리 오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한 우주인의 고백이 '우주로부터의 귀환'에 들어 있다.

"우주여행 중에 거리를 두고 바라본 지구의 푸른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로 인식되었다"는 것이 종교적 신앙심의 유무를 떠나 모든 우주인들의 한결같은 고백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 표면이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곳이라는 자각은 삶을 좋아하게 하고 힘든 일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된다. 또한 이 모든 것과 나의 근원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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