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두달] <하> 소비 회복 기약없는 자영업·유통업계

입력 2020-04-20 18:13:59 수정 2020-04-20 20:13:07

"연말까지 버텨내는 게 최선…내년은 돼야 정상 궤도 진입"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진 가운데 16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진 가운데 16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5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차량통행이 급감하면서 불법 주차 차량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한 모습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5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차량통행이 급감하면서 불법 주차 차량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한 모습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감하며 유동인구가 크게 늘었지만, 자영업자 매출 회복 등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경북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4.6으로 전월(92.8) 대비 18.2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 평균(78.4)보다도 3.8p 낮은 수준으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 상황을 짐작케 한다.

6개월 뒤인 9월 대구경북 소비 상황을 예상하는 소비지출전망CSI도 85로 전월(103) 대비 18p 하락해 당분간 소비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매출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어려워"…대구 자영업자 한 목소리

정부가 제시한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시점이었던 19일을 전후해 대구 자영업 현장은 전반적으로 조금씩 손님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오랜 '집콕생활'에 지쳐 야외활동에 나선 사람이 많아진데다, 대구시 긴급생계자금 지급이 진행되면서 이 돈을 사용하려고 나오는 이들도 늘어난 덕분이다.

서부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안진철(53) 씨는 "지난 주말부터 긴급생계자금을 받은 분들이 선불카드를 쓰러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한 달 동안은 손님이 없어서 식당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 최근에는 영업을 재개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코로나19 이전의 매출 수준으로 돌아가기엔 한참 멀었다는 것이 대구 자영업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 경제를 강타했던 과거의 어떤 위기보다 코로나19 영향이 오래 갈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동성로에서 30년간 떡볶이집을 운영한 라제국(67) 씨는 1997년 IMF 외환 위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IMF나 메르스 때는 2개월 만에 매출이 회복됐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평소 하루 평균 100~150팀을 받았지만 요즘엔 10~20팀밖에 안 온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경환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장은 "유동인구는 조금 늘었지만 팔공산에 단체관광객은 완전히 끊겼고 개인관광객도 식당에는 잘 오지 않는다"며 "확진자가 줄어도 백신이 없는 이상, 소비가 예전처럼 활발하진 않을 것 같아 올해는 식당 살림을 최대한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통업계 매출감소에 전전긍긍

음식같은 필수품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목적구매 성향이 강한 업종의 소비 타격은 더욱 심하다.

동성로에서 의류잡화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가 터진 뒤 가입했던 보험상품 8개와 업무용 휴대폰 2대를 해지하고 직원 무급휴가로 할 수 있는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올해는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는 버티기만 하자는 각오로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귀금속 매장을 운영하는 이용선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대구지회장은 "봄 시즌 예물이 일년 중 3분의 1 정도인데 결혼식이 죄다 밀려 봄 장사는 날린 상황"이라며 "결혼을 아예 내년으로 미루는 경우도 있어 올해 귀금속 업계 매출은 정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세일을 진행중인 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고전하긴 마찬가지다. 대구에서만 매일 수백명씩 확진자가 쏟아지던 3월 초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던 때 보다는 사정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예년에 비해 20~30% 가량 매출이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소비 양극화 현상으로 명품 매출이 반짝 회복하고 있지만, 일반 의류나 화장품 매장 등은 코로나 확산세로 매출 하락이 극심했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 19일 오후 찾은 현대백화점은 두 달 만에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섰고, 매장은 사람들로 북적일만큼 유동인구가 살아났지만 매장마다 매출 편차가 컸다.

백화점 화장품 매장 관계자 B씨는 "기존 매출을 100%로 잡았을 때 2월 말 20%, 3월 25%, 4월 30% 선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다들 씀씀이를 줄이는 분위기다보니 예전 분위기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히 오래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대구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와 비교해 지난 주말 매출은 여전히 마이너스 22%를 기록하고 있다. 대구신세계 관계자는 "그래도 전주 마이너스 40%였던 것과 비교하면 일부 회복하긴 했지만, 명품이 전체 매출을 견인하고 나머지 일반 제품 구매는 크지 않은 상황이어서 소비 심리 위축이 상당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