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팬텀싱어3’ 크로스오버 오디션의 귀환

입력 2020-04-23 14:10:27 수정 2020-04-23 19:54:02

시즌3로 돌아온 JTBC ‘팬텀싱어’, 경쟁보다 힐링 앞세워 호평

팬텀싱어3 관련 사진. JTBC 제공
팬텀싱어3 관련 사진. JTBC 제공

JTBC '팬텀싱어'가 시즌3로 돌아왔다. 2017년 방영됐던 시즌2 이후 3년 만이다. 이제 2회가 방영됐지만 4% 시청률을 넘겼고 "기다리길 잘했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무엇이 '팬텀싱어'의 시즌제를 공고하게 만들어낸 것일까.

◆'팬텀싱어3'…다시 시작된 귀호강 오디션

2016년 첫 시즌을 열었던 JTBC '팬텀싱어'는 오디션 최초로 남성 4중창단을 결성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최고 시청률 4.6%(닐슨코리아)를 달성한 시즌1은 성악, 뮤지컬, 팝이 결합된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장으로 시청자들을 인도했다. 흔히 클래식이라 불리는 미지의 영역을 방송 프로그램 그것도 오디션의 영역으로 끌어왔고, 그 과정에서 크로스오버라는 대중적인 지대를 안전장치로 내세웠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성악 특유의 안정되고 중후한 창법이 4중창단의 든든한 밑바탕이 되어주었다면, 그 위로 뮤지컬과 팝의 창법이 얹어짐으로써 대중들도 즐길 수 있는 틈새를 만들어냈다. 또한 팝송 중심으로 듣던 해외의 음악들 바깥에 존재하던 이태리, 독일, 프랑스 등의 음악들이 이들 오디션 참가자들에 의해 그 매력을 드러냈다. 우리도 열광했지만 그 노래의 본국에서도 '팬텀싱어'의 무대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이듬해 방영된 시즌2는 훨씬 더 많은 실력자들을 끌어 모으며 역시 방영 내내 화제가 이어졌다. 시청률도 최고 4.9%를 달성했다. 여기서 결성된 포레스텔라, 포르테 디 콰트로 같은 팀들은 방송이 끝난 후에도 여러 콘서트를 통해 대중적인 열광을 이어갔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20년 4월 드디어 시즌3가 방영을 시작했다. 기다린 갈증이 컸던 걸까. 2회 만에 4.1% 시청률을 내며 역대 시즌의 기록을 갈아엎을 태세다. 매 시즌이 그러했지만 이번 시즌 역시 남다른 실력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전조에 전조를 더해 프로듀서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 유채훈, 우리말 가사로 된 '첫사랑'을 불러 옥주현을 눈물 흘리게 만든 남태평양 피지에서 온 소코,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 없는 런던 로얄 오페라단 소속 가수 길병민, KBS '전국노래자랑'에서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들처럼'을 불러 인터넷에서 '연어장인'으로 불리는 이정권, 오페라 투란도트 'Nesson Dorma'를 불러 모두를 경악시킨 불꽃 테너 박기훈, 피아노 치는 소리꾼 고영열, 뉴욕 예일대 오페라단에서 활동하는 테너 존 노, 색깔이 다른 카운터테너 윤진태와 최성훈,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Music of the night'을 불러 모두를 매료시킨 독일 바이마르 유학생 구본수, 영화 '알라딘' 더빙판 노래의 주인공 뮤지컬 배우 신재범 등이다. 쟁쟁한 실력자들이 만들어내는 귀호강 오디션에 시청자들은 빠져들었다.

팬텀싱어3 관련 사진. JTBC 제공
팬텀싱어3 관련 사진. JTBC 제공

◆무엇이 '팬텀싱어'만의 차별점을 만들었나

시즌2 이후에 어째서 '팬텀싱어3'는 3년이라는 공백을 거쳐 돌아왔을까. 시즌1, 2가 모두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이듬해에 시즌3는 기정사실처럼 여겨진 바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지만 여타의 아이돌 오디션과 달리 그만한 수익성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르적 특성상 공연 수익 정도가 대부분인 '팬텀싱어'는 그래서 성공해도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이유로 시즌이 미뤄졌다. 하지만 이렇게 3년간의 공백기를 가진 건 시즌3로서는 더 밀도 높은 프로그램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결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실력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백기는 그 실력자들이 다시 모여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되어주었고 그건 결과로도 나타났다.

앞서도 말한 것처럼 '팬텀싱어'는 손실을 보지는 않는다고 해도 큰 수익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은 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런 점은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더 질 높은 수준의 무대들을 감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팬텀싱어'는 탈락자들의 무대를 일일이 다 보여주고, 그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담아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자극을 굳이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대신 합격자들의 무대에 집중해 보여줌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무대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데 포인트를 맞췄다.

이것은 향후 이들이 이합집산하며 중창단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서도 드러날 '팬텀싱어'만의 색깔이었다. 오디션이 갖는 경쟁이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하모니에 더 초점을 맞춤으로써 자극보다는 힐링을 추구했다. 마치 매 회가 잘 짜여진 크로스오버 콘서트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된 것이다.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 '팬텀싱어3'가 집에서 보는 랜선콘서트의 즐거움으로 다가온 건 그래서다.

막강한 실력자들과 크로스 오버라는 새로운 지대의 매력 그리고 이들을 자극이 아닌 힐링 오디션으로 꾸려낸 제작진의 남다른 오디션 연출은 '팬텀싱어'가 시즌3까지 호평 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지난해 조작으로 추락했던 오디션의 대안으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여겨진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