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경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 영성과 교수
기독교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다. 금년에는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의 고난주간과 부활절이 4월에 있다. 이 4월에 인류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2차 대전 이후 가장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계는 문명사적 대전환을 맞이했고, 세계사는 그 분기점조차 코로나 이전(BC·Before Corona)과 이후(AC·After Corona)로 나뉘고 있다. 이탈리아 코뮤니스트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의 말처럼 "구세계는 죽어가고 있으며, 신세계는 태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지금은 괴물의 시대"인 것인가. 큰 혼돈과 깊은 어두움이라는 괴물 앞에 인류는 꼼짝 못하고 있다.
혼돈(chaos)은 무질서, 틈, 그리고 공허다. 안정된 질서는 무너졌고, 새로운 질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혼돈은 방향과 정체성을 상실함이다. 혼돈은 모든 부정성을 함축하고 있지만 그 속엔 새로운 세계와 질서를 생성할 무한한 힘이 있다. 그래서 헤시오도스(Hesiodos)는 혼돈을 '생명을 품은 원초적 물질'이라고 했다. 니체(Nietzsche)의 말처럼 "혼돈은 질서를 위한 전제 조건이 아니라 혼돈 그 자체가 우주의 본질을 영원히 구성한다". 혼돈으로부터 검은 어둠과 밤이 생겼고, 밤으로부터 빛과 낮이 생겨났다. 그렇다. 혼돈에서 새로운 질서가 일어나고, 새 삶이 탄생하고, 인류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세계가 도래하는 것이다.
'황무지'의 시인 엘리엇(ELiot)에게 4월은 '혼돈'이었다. 그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고 "겨울이 오히려 따뜻했다"고 노래했다. 이것은 단지 역설적 표현에 머문 것이 아니다. 생명이 약동하는 4월에 생명을 낳을 수 없으면 그것이 혼돈이고 어둠이다. 희망과 부활의 계절 4월에 부활의 소망을 품을 수 없고, 죽은 것과 다름없는 자신의 영혼을 목도하는 것이 잔인한 일이다. 하지만 희망은 '고통'과 '잔인함', '어두움'과 '혼돈'의 중심에서 잉태되고 있다.
코로나19는 단지 고통과 공포와 혼돈인가. 홀로코스트를 온몸으로 겪은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은 말했다. 그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자원하고, 사랑을 베풀고, 용기를 보여주는 능력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했다. 인류는 자연재해, 감염병, 전쟁 등 수많은 위기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꽃피우며, 오늘을 일궈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깝다. 겨울이 깊고, 혹독할수록 봄은 더 찬란하다.
기독교는 부활의 종교다. 그러나 예수님의 죽음 없는 부활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예수님은 그저 죽임을 당하신 것이 아니다. 그것도 가장 치욕적인 죽음인 십자가에서 죽으셨다. 신의 아들이 죄인들의 손에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했다. 그때, 땅에 어둠이 임했고, 땅이 진동했으며, 바위가 터지고, 무덤들이 열렸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어둠과 절망 가운데서 용서와 사랑, 부활의 희망을 심으셨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에서 미래를 말하고,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코로나19의 두려움과 공포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희망과 부활을 꽃피우자. 신학자 몰트만(Moltmann)은 말한다.
"부활은 매일 일어난다. 사랑 가운데서 우리는 많은 죽음과 많은 부활을 경험한다. 우리는 살아 있는 희망으로 거듭남으로써 부활을 경험한다. 우리는 이미 여기서 생명을 일깨우는 사랑을 통하여 부활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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