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겨우 버티는 중"…한부모가족 깊어지는 시름

입력 2020-04-14 18:31:52 수정 2020-04-14 22:24:51

가구주 47.5% "경제적 위기"…임시·일용근로 30.8% 차지
양육비 미지급 땐 고통 가중…복기 사각지대 몰릴 가능성

14일 오후 김미숙(가명·50) 씨가 공과금 고지서를 보고 있다. 그는
14일 오후 김미숙(가명·50) 씨가 공과금 고지서를 보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과금을 내는 것도 버겁다"며 한숨을 쉬었다. 신중언 기자

"우리 집에서 아이들을 책임질 사람은 나 하나뿐인데 코로나19 이후로 아무 일도 못하고 있어요. 하루하루 겨우 버티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지…"

대구 북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비정규직 특수교육실무원으로 근무하는 한부모가족의 가장 김미숙(가명·50) 씨는 3개월째 소득이 끊긴 상태다. 최근 코로나19로 학교의 개학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두 자녀의 가장인 김씨는 생계를 위해 여기저기 일자리를 수소문했지만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돈을 벌 길이 없으니 늘어나는 건 빚뿐이다. 김 씨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쓰고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겨우 연명하고 있다. 소득이 없으니 살고 있는 빌라의 전세 대출 이자, 관리비는 물론 각종 공과금조차도 내기가 버겁다"며 "얼마 전엔 전기료가 체납돼 집에 전깃불도 안 들어왔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육아와 생계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한부모가족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한부모가족은 가구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고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 경제적 위기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한부모가족 지원단체인 한국한부모연합이 지난달 한부모가족 가구주 25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피해로 122명(47.5%)이 '실직 등 경제적 위기'를 꼽았고, '돌봄 공백으로 인한 곤란'이 68명(26.7%)으로 뒤를 이었다.

한부모가족의 가구주가 불안정한 고용상태 속에서 육아를 전담해야 한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2018년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취업을 한 한부모가족 가구수는 2천106명(84.2%)이었지만 이 가운데 임시·일용근로자가 648명(30.8%),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종사자 수 1~4인 소규모 업체에 근무하는 경우도 870명(41.3%)에 달하는 등 대부분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질적인 양육비 미지급 문제도 코로나19 사태 속 한부모가족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같은 조사에서 한부모가족 가구주 73%가 '양육비를 한 번도 지급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한국한부모연합 관계자는 "돌봄 문제와 생계 문제가 겹쳐 힘든 상황이지만 한부모가족 가구주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많지 않다"며 "이들이 복지 사각지대로 몰릴 가능성도 높아 한부모가족을 지원해줄 수 있는 꼼꼼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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