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저소득층 소비쿠폰 '비활성화'"…부산시 "무슨 소리?"

입력 2020-04-14 15:43:24 수정 2020-04-14 17:14:22

부산시 관계자 "제조 때부터 비용 충전, 대구시 '비활성화' 설명 이해 불가"
부산시·K사 "코로나19에 회계 자료제출 못해 거래정지, 경영상 문제 아냐"
대구시 "대구는 비활성 카드 받고 대금 결제 후 활성화…사고 따른 시민 피해 줄여야"

부산시청 홈페이지
부산시청 홈페이지

대구시가 특별재난지역에 지정되고도 선불카드 제조사 거래정지를 이유로 '저소득층 소비쿠폰' 발급을 늦춘 반면, 부산시는 이 회사 재정건전성, 거래 실적에 문제가 보이지 않았다며 총선 전후 지급 대상자들에게 쿠폰을 전량 공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제공받은 선불카드가 '비활성화 상태'라던 대구시 해명과 달리 부산시는 "제조 때부터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비용이 충전된 상태"라는 설명이다.

부산시는 오는 15일 총선을 전후해 지역 내 기초단체가 정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한시생활지원사업 사업인 '저소득층 소비쿠폰' 발급을 시작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를 위해 부산 기초단체들은 지난달 말 서울 핀테크 업체 K사에 선불카드 제작을 의뢰, 지난 10일쯤 완성된 카드를 지급받았다. 현재 기초단체들은 발급 대상자 가구를 지급액별로 분류해 방문 전달 또는 현장수령하고자 전달 방법을 막바지 검토 중이다.

K사는 보건복지부가 저소득층 소비쿠폰 제작에 추천한 선불카드 제조사로, 그간 경북관광공사·경산시 등 전국 기관과 자치단체가 투어카드와 지역화폐 등 선불카드 제작을 의뢰해 왔던 곳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정부 추천에 따라 대구시와 부산시, 울산시, 인천시 등 전국 광역단체가 이 업체에 선불카드 제작을 의뢰했다.

채홍호 대구 행정부시장이 30일 오전 대구시청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홍호 대구 행정부시장이 30일 오전 대구시청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최근 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에서 "(K사가) 주식거래 정지(상장폐지 사유)에 처해 업체 신뢰도 우려가 나왔다"며 "시민들을 혹시 모를 상황에서 지키고자 해당 업체가 보증보험에 가입한 뒤 선불카드를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 선불카드에 부여된 한도는 지자체가 제조사에 지급한 거래대금으로 결제하는데, 제조사 경영이 악화할 경우 카드 사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대구시는 당초 지난 6일 발급하려던 쿠폰을 총선 뒤인 20일 발급으로 미룬 상황이다.

반면, 부산시는 이 제조사의 과거 거래 실적과 재정 건전성 등을 봤을 때 별다른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다. K사가 거래정지된 것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자료 미제출 때문으로, 경영상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다.

부산시 관계자는 "경기, 인천, 울산, 경남 등 다수 지자체가 이 업체에 저소득층 소비쿠폰 발급을 의뢰해 모두 제때 받았다. K사는 현재 거래나 경영에 전혀 문제 없는 상태로,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제조 일정과 전국 지자체에 대한 납품에 차질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사 측도 주주들에게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해외법인 회계자료에 접근하지 못하면서 이를 금융당국에 제출하지 못해 거래정지됐다. 이에 이의제기한 상태이며 거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해 왔다.

실제 K사는 14일 이의신청에 대한 기업심사위원회를 거쳐 오는 20일까지 한국거래소에서 이의신청 결과를 공시한다고 밝혔다.

저소득층 소비쿠폰 제조업체 K사는 지난달 24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 상장폐지 관련 이의 신청서를 제출해 오는 14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연다고 밝혔다. K사 홈페이지 갈무리
저소득층 소비쿠폰 제조업체 K사는 지난달 24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 상장폐지 관련 이의 신청서를 제출해 오는 14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연다고 밝혔다. K사 홈페이지 갈무리

보건복지부도 K사 등에 선불카드 제조를 의뢰한 전국 상당수 기초단체가 지난 1일 저소득층 소비쿠폰 첫 지급을 시작해 6일부터 서울, 대전, 제주 등에서도 지역별로 차질 없이 지급 중이라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전국 229개 기초단체 중 144개(65%) 단체가 저소득층 소비쿠폰 지급에 나섰다.

앞서 대구시가 "부산시는 (대구보다 이른) 10일 선불카드를 납품받았으나 이는 '비활성화 상태'라 바로 쓰지 못한다"고 설명한 데 대해, 부산시는 "비활성화 상태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나눠주는 즉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불카드는 제조사가 만들어 배포할 때부터 이미 사용 한도가 결정돼 있고, 무기명 상태로 누구나 받는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이유다. 백화점, 극장 등에서 판매하는 기프트카드도 일종의 선불카드로, 충전할 필요 없이 정해진 액수의 카드를 구입 즉시 쓸 수 있다.

예를 들면 부산 기초단체들은 제조사가 공급한 한도 100만원짜리 선불카드 10만 장과 50만원짜리 선불카드 20만 장을 각각 금액별로 구분한 뒤 각 카드를 받을 지원 대상자 가구에 중복발급·분실사고가 나지 않게끔 제대로 나눠주기만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대구시가 왜 그런 설명을 했는지 모르겠다. 기업 경영에 대해서야 우려할 수 있지만 '비활성화'는 어떤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 경우 비활성화한 빈 카드를 먼저 받고 K사에 대금을 결제해 주면 활성화하기로 해 그렇게 설명한 것"이라면서 "질의응답 중 한 언론사에서 '부산은 일찍 받았는데 대구시는 왜 늦게 받았냐'고 질문해 비교 설명하는 과정에서 대구 상황이 그렇다고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구시는 또 사업 주체인 8개 구·군이 3월 말부터 K사에 선불카드 제작을 요청했으나, 남구청에서 '주식 거래 중지' 사실을 파악한 뒤 기업 신용도가 떨어졌다고 판단, 보증보험 가입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사가 "보험 가입 비용 부담이 크다"고 밝혀 조율할 시간이 필요했고 2개 기초단체분 카드도 제작이 덜 끝났다 보니 발급 일정도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K사가 금융업체도 아니고, 만에 하나 이 회사가 선불카드 대금을 충당 못해 카드가 거래 정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타 지자체가 사용 기한을 5년으로 지정한 것과 달리 대구는 1년으로 제한해 지역 내 돈이 일찍 돌도록 했으나 이것만으로는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는 구·군청 목소리가 높았다"면서 "이 때문에 카드 발급 비용이 다소 오르더라도 보증보험 가입을 요구해 협의를 마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시민들 어려운 사정을 공무원들도 잘 안다. 그러나 혹시나 카드 사용 상 사고가 생기면 누구도 보상해줄 수 없다. 각 구·군청이 사고를 막고자 확실히 행정하려는 것 뿐이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치적 의도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구시는 "한 구청으로부터 선불카드 제조사(K사) 주식이 거래중지된 사실을 전해듣고서 업체 측에 보증보험 가입 요청을 하느라 발급이 늦어졌다. 16일 카드 제작업체로부터 전량을 납품받고 해당 업체의 보증보험 가입 여부, 계약 체결 등 절차를 밟아 20일부터 지원 대상자에게 카드를 나눠줄 방침"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대구시는 또 "정부 한시생활지원사업으로 보건복지부가 내려보낸 620억원이 대구시 금고에 쌓여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대구시 추경 후 3월 말 전액을 이미 사업주체인 8개 구·군에 교부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저소득층 소비쿠폰 지원사업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생활안정과 소비여력을 제고하기 위한 한시적 정부 추경사업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중 생계·의료급여 가구 지급액은 1인 가구 52만원, 4인 가구 140만원이다. 또 주거·교육급여 가구 및 차상위계층 지급액은 1인 가구 40만원, 4인 가구 108만원이다. 쿠폰은 선불카드와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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