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연구한 서적도 "가부장제, 집단주의, 박정희가 보수주의 뿌리" 분석
누리꾼 "대구시민, 시장 압박은 않고 계속 정부 욕만" vs "집단주의로 위기 극복, 지역혐오 경계"
대구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대처하는 모습과 행정당국의 미흡한 점, 이를 옹호하는 대구시민들 반응 등이 누리꾼 입방아에 오른 가운데 상당수 누리꾼이 '대구 사람 기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질서를 존중하고 권위에 순응해 거스를 줄 모른다는 분석이 나와 상당수 누리꾼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른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 '82쿡'(82Cook)에는 '대구라는 곳의 특이한 정서'라는 글이 등록됐다.
자신을 경상남도 출신이라 밝힌 작성자는 "그곳(대구)에 살진 않지만 가끔 일하러 가면서 받은 인상이 있다. 이번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거기 시장 일하는 거나 사람들 반응을 뉴스로 보면서 평소 느끼던 의문이 나만 생각한 건지 적어 본다"고 말했다.
작성자는 "대구는 같은 경상도라도 여타 경남 지역과 정서적으로 다르다. 경남 사람들은 뭔가 아니다 싶으면 탁 튕겨 오르는 기질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대구 사람들은 좋게 말해 예의바르고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당사자 앞에서는 상당수가 절대 나쁜 말을 않는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이고, 뭐 어쩌겠냐는 식이다. 나쁘게 말하면 권력자 내지 힘 있는 주체나 세력에게 굉장히 순응하는, 절대 튀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 사람들이 겸손한 것 같으면서도 어디서 왔는지 모를 이상한 자부심를 갖고 있다"면서 "이만희(청도) 신천지 총회장, 전광훈(의성)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목사, 유병언(대구)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지도자도 모두 대구나 주변 출신으로 어떤 사람들에겐 믿을만한 지도자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유형의 인물들이 나오는 (기운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의를 중시하는 정서는) 한국전쟁 피해를 그다지 입지 않고 서원 같은 정통이 계속 이어지며 사고방식이 과거와 단절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오랜 기간 가만 있어도 혜택을 받고 살아 권력자에게 더 순응하며 자부심으로 변형된, 대구만의 폐쇄적이고 답답한 정서가 정착되지 않았을까" 분석을 내놨다.

이런 분석은 지난 2월 출간된 '대구경북의 사회학'(최종희 지음, 오월의봄 펴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저자는 "한국의 모스크바라 불릴 만큼 진보적이던 지역이 왜 폐쇄적 섬이 됐는가"라며 대구경북의 보수주의를 다각도로 연구했다. 그 결과 대구경북의 보수주의 뿌리는 '가부장제'와 '집단주의' 그리고 '박정희'로 정의했다.
가부장제와 집단주의에 순응하는 성향이 보수적인 정치색으로 나타났고, 역대 5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정치적 우월주의와 성장중심주의가 박정희라는 인물로 대표된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다만 "지역 전체를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대구경북 사람들의 삶을 밀착 인터뷰한 연구 결과를 풀어냈다.
박병선 전 매일신문 논설위원도 '[야고부] 대구와 부산의 기질' 칼럼에서 "대구 사람은 내륙의 폐쇄적인 문화에 문관(文官) 기질이 강하지만, 부산 사람은 역동적인 해양 문화에 실질적이고 대담한 무관(武官) 기질이 강하다"고 풀어 썼다.
그는 "부산 사람은 대구 사람에 비해 새로움에 대한 수용력과 경제관념이 훨씬 뛰어나다. 그 수용력과 경제관념은 조선 때의 왜관(倭館), 일제강점기의 근대적인 항구에서 교역을 통해 자연스레 형성된 것"이라 비교 분석한 바 있다.
대구 사람 기질을 따지는 글은 이 밖에도 지난 2월 이후 여러 커뮤니티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런 반응은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대구시와 미래통합당 대응과 이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대구시민에 대해 타 지역민 비판이 커지면서 나온다.
대구에서 지난 2월 18일 첫 확진자 발생 사실이 알려진 뒤 한마음아파트, 콜센터 등에서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잇따랐고, 대구시가 요양병원·정신병원 전수조사를 허술하게 실시하는 등 실책이 잇따랐다. 최근엔 대구시가 파견 의료인, 방역업체, 도시락 공급업체에 대금과 수당을 제때 주지 않은 일이 드러나 논란이 커졌다.
최근 대구경북을 '텃밭'으로 여기는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 공천 결과를 내놨을 때도 예비후보 등록조차 않은 서울 인사나 인재영입 후 뒷말이 많았던 인사를 지역에 내리꽂아 입방아에 오른 바 있다.
그럼에도 권영진 대구시장과 미래통합당 관련 지지율은 날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대구에 4년째 살고있다. (타 지역민들은) 젊은 사람들이 나이든 사람들을 바꿔야하는 거 아니냐는데, 젊은 사람부터 들어먹질 않는다"면서 "귀막고 살자는 반응이고, 싸우자도 아니다. 그냥 안 듣는다"면서 "3~40대는 호불호가 갈리고 그 위(연령대)부터는 그냥 오로지 (보수 정치권) 바라기"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도 "대구가 시댁이라 비슷하게 느꼈다. 남편도 '대학 가보니 경북과 경남이 다르다'며 작성자와 같은 말을 했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신천지가 대구라는 곳에서 나라 전체에 해를 끼치니까 다른 지역 사람들도 대구의 특수성을 들먹인다. 일이 이지경인데 대구시민들이 바뀌어서 정부에 협조하든지 의원이나 대구시장을 압박할 생각은 안 하고 계속 정부 욕만 하니까 전 국민이 분노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구시민의 '집단주의' 등 기질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큰 힘으로 작용했다며, 지역혐오를 경계해야 한다는 반발 목소리도 높았다.
그간 대구 지역민과 지역 출신자들은 '이웃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된다'는 생각에 앞다퉈 정부와 대구시 방역행정에 협조했다. 이번 사태로 경제난을 겪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상품과 음식품을 사다 팔아주기도 했다. SNS 대구맛집일보의 식재료 나눔 캠페인, 기업 페르소나의 코로나 재능기부 캠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한 누리꾼은 "지역 정서는 분명 있고 그걸 뛰어넘는 개인도 있죠. 아무래도 근거지에서는 (지역 정서가) 강화되고 멀리 있으면 현지에서 적응한다"면서 "경향성은 분명 존재한다. 대중들이 너무 쉽게 일반화 할 때 그건 어떤 흐름이 있는 것이다. 지금은 타 지방 사람들이 대구를 원망하고 싶은 심리가 있는 게 맞다고 본다"고 신중한 태도를 주문했다.
다른 누리꾼도 "대구시민들은 피해자입니다. 갈라치기 하지맙시다"라고 댓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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