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동해안 관광명소를 개발 국제화시키자 -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20-04-06 14:58:45 수정 2020-08-26 11:12:27

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지금은 꽉 막혔지만, 다시 관광 수요가 살아날 것이다. 지금은 차분하게 준비할 때이다. 관광산업도 국내 수요만으로는 부족하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경북 동해안은 자연경관이 무척 아름다고 먹거리도 풍부할 뿐만 아니라, 역사성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지역이 여럿 있어 국제 관광벨트로 성장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영덕군 영해에 있는 관어대 주변도 국제적인 관광 후보지로 손색이 없다. 참 기이하게 생긴 산(180m)이다. 동해 바다로 향하던 산이 갑자기 가파르게 올라가서 동해 바다 앞에서 절정을 이룬 다음 절벽처럼 뚝 떨어지는 모습이다. 관어대에 올라서면 탁 트인 동해 바다가 보인다. 왼쪽 아래로는 송천강과 넓은 영해평야가 보인다. 외가인 괴시마을에서 자라면서 관어대에 자주 올라가서 놀았다는 목은 이색 선생은 관어대소부라는 명문장을 남겼다. 고기가 유영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하여 관어(觀魚)대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목은 선생이다. 고려 말의 원천석 선생, 점필재 김종직 선생 등 조선의 많은 선비들이 관어대 관련 글을 남겼다. 관어대에서 바닷길을 따라 차로 10분 거리에 대게의 고장 축산항이 있다. 한때 섬이었던 죽도산이 동해 바다를 막아주면서 천혜의 미항이 만들어졌다. 고려 말인 1380년대 성을 쌓고 수군 만호를 두어 왜구의 침입을 막았다. 그 축산성터는 지금도 남아있다. 적의 침입을 알렸다는 봉화대도 있다.


1830년대 축산항에 살던 선비가 이장우 영덕현감에게서 받은 편지글이 최근 번역되었다. 그 선비가 보낸 명란이 너무 맛있다는 내용이다. 김에 대한 기록도 나온다. 권근 선생의 양천록에 나오는 대게와 함께 축산항은 명란과 김의 고장임이 고증된다. 임진왜란 때 경주부윤으로 승전보를 올린 박의장의 종택이 있는 무안 박씨네 도곡도 축산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이다. 관어대의 바로 이웃마을로서 양반가의 가옥이 즐비한 괴시마을도 방문할 가치가 있다. 이렇게 괴시마을-관어대-축산항-도곡을 잇는 4군데는 자연환경, 먹거리 및 역사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국가의 안녕을 위하여 바다에 자신의 무덤을 만들어 달라고 명하여 만들어졌다는 신라시대 문무왕의 수중왕릉인 대왕암을 중심으로 한 경주의 감포 해안가도 좋은 후보지이다. 자신이 용이 되어 왜구를 물리치겠다고 했다니 이렇게 훌륭한 왕이 또 있을까? 신라는 선부(船府)를 둘 정도로 바다를 중요시했다. 현재 해양수산부의 전신인데, 이렇게 오래전인 7세기부터 선박과 바다를 위한 국가기관을 두었다니, 세계 최초가 아닌가 싶다. 얼마나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될 것인가? 이와 관련된 감은사지탑도 있다. 올해 개항 100주년을 맞는 인근 감포항의 신선한 수산물과 연결시키면 훌륭한 국제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이렇게 동해안의 자연풍경, 먹거리 그리고 역사성이라는 삼박자를 갖춘 지역을 발굴하여 국제관광지로 개발해보자. 동해안의 관광산업도 이제는 국제화되어야 한다. 관광안내표지 등이 외국인의 방문에 적합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된 표지, 안내서를 만드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KTX 노선이 포항이나 경주까지 이어지므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편리하게 맞이할 수 있다. 역에서부터 해안의 관광지까지는 관광버스를 제공하면 좋을 것이다. 관광가이드가 버스에 승차하여 영어 등 외국어로 직접 안내를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1박 이상 관광을 하는 외국인을 위한 숙소나 편의시설도 갖추어야 한다. 민박을 원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있을 것이다. 민박을 제공할 현지인들에게 간단한 대화가 가능한 외국어 교육을 시켜서 외국 관광객용 민박집을 운영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아침에 동해안 어촌에서 잡아오는 생선과 그 출하 과정에 대하여 설명할 가이드도 필요하다. 외국인 단체관광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마을들과 자매결연을 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동해안 자연의 아름다움과 먹거리를 역사와 더불어 외국에 체계적으로 알리는 일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동해안 관광은 기존 내륙 중심의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과 차별화된 경북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 내륙에 위치한 이들과 달리 바다라는 자연환경과 수산물 먹거리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경상북도가 환동해의 중심지인 포항에 경북 동부청사를 두고 해양수산, 항만, 독도, 해양관광레저 등을 동해 바다 경영에 열심이다. 경상북도는 자연환경, 수산물, 역사성 등 삼박자를 갖춘 동해안 명소들을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개발하는 작업에 가일층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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