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업자가 웃돈 3배 주고 마스크 수백만장 가로채"

입력 2020-04-03 15:33:01 수정 2020-04-03 19:48:45

세계 '코로나19' 의료장비 쟁탈전…가로채기·수출규제·비밀공작 횡행
터키, 계약 끝낸 마스크 수출금지…이스라엘 모사드 투입
세르비아 의료장비 유출봉쇄…베트남·카자흐 농산물 수출금지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장비 부족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자 의료장비 확보를 위한 국가 간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각 국이 주요 의료장비에 대해 수출을 금지한 것은 물론이고 웃돈을 주고 중간에 가로채거나 정보요원을 투입해 비밀리에 장비 수입을 추진하는 일까지 횡행한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의사이자 그랑데스트 지방의회 의장인 장 로트너는 RTL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프랑스로 들여오려고 한 마스크 수백만장을 상하이 공항에서 미국 업자들에게 빼앗겼다고 밝혔다. 마스크를 비행기에 싣기 직전 미국 업자들이 공항 계류장에 나타나 프랑스가 낸 돈의 3배를 내겠다고 제시하면서 거래가 막판에 깨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브라질 보건부 장관은 1일 기자회견서 "미국은 오늘 가장 큰 화물기 23대를 중국에 보내 그들이 확보한 물자를 실어갔다"면서 의료장비를 두고 세계 무대에서 벌어지는 각축전 양상을 설명하고, 중국으로부터 보호장구를 들여오려던 당국 시도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또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여러 국가가 의료장비 수출을 금지한 가운데 터키는 한발 더 나아가 이미 수출 계약이 끝난 보호장비의 수출까지 가로막았다. 벨기에 일간 르수아 등에 따르면 벨기아, 이탈리아는 터키와 마스크 수출 계약을 체결해 놓고도 터키 정부의 수출 금지가 취해져 벨기에는 마스크를 받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주세페 콘테 총리가 나서 서 레제프 타이이프 아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하고 나서야 주문 물량을 받았다.

이 와중에 이스라엘은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나서 스파이전을 방불케 하는 과정 끝에 진단장비 수십만 개를 이스라엘과의 거래 사실이 알려지길 원치 않는 '적국'에서 수입해왔다.

한편 일부 국가 정부는 의료장비 외에 식료품 확보를 놓고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대 밀가루 생산국인 카자흐스탄은 밀가루 수출을 금지했다. 또한 세계 3대 쌀 생산국인 베트남도 쌀 수출을 금지했다. 세르비아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의료품 수출을 금지했다.

반대로 한때 의료장비 수출을 금지해 비난을 받았던 중국은 이제 마스크 수백만장을 유럽에 판매 또는 기부하며 다른 국가들과 '반대로 가는' 몇 안 되는 국가가 됐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