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소상공인 대출 장사진…'밥줄' 끊는 바이러스

입력 2020-03-24 18:47:13 수정 2020-03-25 09:15:38

공단 문 열기 전인 새벽녘부터 몰려…센터엔 고용유지지원금 문의 폭주
전국 1만7866곳 신청…작년 11배↑

대구 중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가 코로나19 관련 대출을 받으려는 소상공인들로 붐비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중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가 코로나19 관련 대출을 받으려는 소상공인들로 붐비고 있다. 매일신문 DB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고용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살 길이 막막해진 시민들은 오늘도 정부가 지원하는 실업급여, 고용유지지원금, 소상공인대출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실업급여 문의 폭증…급하게 빚내는 자영업자

매일 자정이면 대구 북구 소상공인진흥공단에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받은 소상공인들이 대출 확인서를 받기 위해 모여든다. 오전 7시가 넘으면 줄이 수십m에 달한다. 공단은 찾아온 시민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는데 24일은 오전 10시쯤 마감됐다. 번호표를 미처 받지 못한 많은 시민들은 씁쓸하게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스크린골프장을 차렸다는 A(39) 씨는 "새벽녘에 나오지 않으면 대출이 불가능하다"며 "기존 대출 자금, 월세, 각종 공과금을 낼 수 없어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업급여신청을 받는 서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상황도 마찬가지. 센터가 문을 열기 몇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몰렸다. 어린이집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온 B(52) 씨도 얼마 전 다니던 어린이집으로부터 퇴직을 권고 받아 이곳을 찾았다.

B씨는 "어린이집이 코로나19 때문에 장기간 휴원해 수익이 사실상 없다보니 운영 문제로 인원 감축을 해야 했다. 아무래도 나처럼 연차가 높으면 원장 입장에서 월급을 더 줘야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대구 수성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구직급여) 창구 앞에서 점퍼 차림의 한 실직자가 어린 딸을 옆에 두고 실업급여 신청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수성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구직급여) 창구 앞에서 점퍼 차림의 한 실직자가 어린 딸을 옆에 두고 실업급여 신청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 권고사직만은 막으려고 발버둥치는 기업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휴업 또는 휴직을 실시하는 기업에 최대 6개월 동안 휴업·휴직 수당을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려는 문의도 폭주하고 있다.

수성구 범어동 대구고용복지플러스센터 기업지원과는 기존 직원 11명에 17명을 증원해 과장을 포함한 28명 직원 모두가 고용유지지원금 업무에 매달리고 있다. 공간이 부족해지자 같은 층을 쓰던 부정수급조사과는 9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센터는 몰려드는 업체 대표와 직원들을 상대로 매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6차례에 걸쳐 신청 요건과 방법 등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으로 전국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업체는 모두 1만7천866개. 지난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업체 1천514곳의 11배가 넘는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업체 10곳 중 9곳은 전체 직원이 30명이 되지 않는 영세한 곳이다. 특히 신청 업체 가운데 10명 미만 사업장이 1만3천695개(76.7%)로 가장 많다.

이날 설명회를 들으러 온 한 광고마케팅업체 직원은 "전체 20명 직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휴직에 들어가야할 처지"라며 "회사 대표가 권고사직만은 막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중이었는데 이런 제도가 있어서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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