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교육극단 아트피아 대표
연극은 배우예술이며, 배우는 무대예술의 꽃이다. 희곡 속의 인물을 살아 숨 쉬게 하는 배우들은 활자에 생명을 불어넣는 빛나는 존재들이기에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며 작품을 이끌어가는 배우만큼이나 매력적인 직업이 또 있을까. 배우로서의 가치와 행복의 의미를 되새겨준 작품이 있다. 뮤지컬 '미스코리아' 이야기다.
어린 시절 미스코리아의 상징인 풍성하고 긴 사자머리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미스코리아를 보면서 한번쯤은 미스코리아가 되겠다는 큰 포부를 품어봤으리라. 뮤지컬 '미스코리아'는 1987년 대구 출신이었던 장윤정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진을 차지하면서 화재가 되었던 그 시절, 미스코리아를 꿈꾸던 대구 여고생들과 대학가요제 참가를 꿈꾸던 대학생들의 사랑과 꿈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80·90년대의 암울했던 시대를 살아내고 불투명한 미래에도 새로운 세상은 올 것이라는 믿음과 신념으로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지금의 40·50대가 된 중년들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시대적 흐름 속에 그들의 역사와 인생이 담겨있으며, 그들의 인생에도 '꿈'과 '희망', '사랑'과 '청춘', '추억'과 '낭만'이 있었다.
그 시절을 살아온 관객들은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꿈 많았던 청춘을 끄집어내어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의 인생을 스쳐간 일들은 추억이 되어 작품 속에 흐르고, 작품에 녹아든 그들의 삶의 흔적은 우리가 누리는 행복에 대한 고귀함과 그들에 대한 감사함을 생각하게 한다. 청춘으로 돌아가 '나'를 만나고 '그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준 이 작품은 배우로서 다양한 정서와 밀도 있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으며, 작품 속에 존재하는 인물의 가치를 증명해주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대구 수성못과 동성로, 빨간 선물의 집, 시계탑, 대백 남문과 동문 등 추억 돋는 장소와 텔레비전 광고 영상들, 그리고 80·90년대 인기 가요로 구성된 뮤지컬 넘버는 그 시절의 추억 속으로 들어가 관객들과 소통하기 충분했다. 가슴 뛰는 추억을 더듬어 담아낸 정서를 함께 나누며 작품을 통해 교류하고, 재미와 웃음을 통해 희망과 감동을 선물 할 수 있다는 것은 배우로서 느끼는 행복이자 존재하게 하는 힘이며, 창작에 대한 열정과 도전을 꿈꾸게 하는 영광스러운 일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창작에 대한 열정도 일상 복귀를 향한 기다림도 고통스럽게 하는 요즘이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 최악의 고통이라 하지 않았던가. 누군가의 한숨에 시선을 돌려 마음과 우애로 희망을 펼쳐놓아야 할 때다. 성숙한 마음으로 자신을 창조하고 창작을 이끌어 내는 힘을 발휘하여 누군가의 지친 마음에 위로를 건네고, 재미와 감동으로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선물 같은 공연으로 따뜻한 봄날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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