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 달러 규모 및 최소 6개월 짜리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이 한국시간으로 3월 19일 늦은 저녁 체결됐다. 이에 다음 날인 3월 20일 원 달러 환율은 하락했고, 증권시장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상승했다.
▶원 달러 환율은 3월 20일 장마감 기준 전일 대비 35원 내린 1245.00원을 기록했다. 원 달러 환율은 한 달 전인 2월 19일 1190.00원에서 3월 19일 1280.00원으로 90원 올랐는데, 하루만에 3분의 1이 내려간 것이다.
증시 역시 코스피가 전일 대비 7.44% 올라 1566.15로 1500선을 회복했고, 코스닥도 전일 대비 9.20% 올라 467.75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인 2월 19일 코스피는 2210.34를 기록한 바 있다. 이어 최근인 3월 9일 2000대가 깨지고(1954.77), 사흘 뒤인 3월 12일 바로 WHO(국제보건기구)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날 1800대가 깨졌으며(1834.33), 오늘로부터 일주일 전부터는 1700, 1600, 1500, 1400대가 차례로 붕괴된 바 있는데, 일단 오늘 한 단계 수준은 회복한 셈이다.
▶미국 뉴욕증시도 최근 팬데믹 선언과 국제 유가전쟁 등의 영향으로 폭락하면서 4차례 서킷 브레이커(15분 간 거래 중단 조치)가 며칠 간격으로 발동되는 초유의 상황을 겪은 바 있는데, 이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금리 인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등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것이라 눈길을 끌었다. 시장에서는 '더 센 것'을 기다렸다는 얘기이다.
이에 미 연준이 한국을 포함한 총 9개국과의 다자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 소식을 내자 미국 뉴욕증시는 3월 19일(현지시간) 장마감 기준 다우 지수가 전일 대비 0.95% 오른 20087.19를, 나스닥 지수가 전일 대비 2.30% 오른 7150.58을 기록했다.
물론 미국에서는 연소득 7만5천달러 이하 성인에 2천달러, 미성년 자녀에 1천달러를 주는 경기 부양 대책이 나오는 등 통화 스와프 말고도 시장의 불안을 씻어준 것으로 보이는 요소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대장' 역할은 통화 스와프였다.

▶그러면서 한미 통화 스와프의 우리나라 외환시장 및 증권시장에 대한 '약발'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에 대한 궁금증도 나타나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한미 통화 스와프가 체결된 후 어땠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에도 한국은 미국과,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14개국, 즉 다자와 통화 스와프를 맺었는데, 당시 한미 통화 스와프는 이번의 절반 수준인 300억 달러 규모였다.
2008년 10월 30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당시 한국은 이명박 정부, 미국은 조지 워커 부시 행정부였다.
▶이후 원 달러 환율은 어떻게 변동했을까? 2008년 10월 29일 1420.00원에서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10월 30일 1269.00원으로 하루만에 무려 151원이 떨어졌다.
그러나 다음 날인 10월 31일 29원이 오르기도, 그 다음 영업일인 11월 3일 35원이 떨어지기도, 이어 11월 6일에는 61원이 재차 오르기도 했다.
그러다 11월 중순에는 원 달러 환율이 재차 폭등했다. 11월 10~24일 이 기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올랐다. 11월 13일 37원, 11월 18일 33원, 11월 20일 53.50원이 오른 게 특히 눈에 띄고, 결국 11월 24일 원 달러 환율은 1515원을 기록,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전 가격을 넘어섰다.
물론 실제 진정 효과는 12월부터 나타나기는 했다. 한동안 하락세도 보여 그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원 달러 환율은 1310원으로 마감됐다.
이어 2009년 2~3월에는 1300원 후반대부터 1500원 중반대(3월 2일 1575.00원)까지 역시 널뛰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4월 말부터 1200원대로까지 내려가더니, 9월 중순부터는 1100원대로 하강,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 종료일인 2010년 2월 1일에는 1168.00원을 찍었다.
효과가 초반 며칠에 그쳤다고도 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효과를 냈다고도 할 수 있다.

▶한국 증시는 어땠을까?
코스피 지수를 살펴보자. 2008년 10월 29일엔 30.19 떨어져 968.97을 기록했는데,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이 이뤄진 10월 30일엔 115.75 올라 1084.72로 1000선을 회복했다.
앞서 10월 21일 1200선이 무너졌고(1196.10), 10월 24일엔 1000선마저 붕괴돼(938.75) 불안감으로 가득하던 코스피가 급한 불은 껐던 셈이다.
그런데 이후 좀 하락하기도(11월 6일 89.28 내려 1092.22), 다시 회복하기도(11월 7일 42.27 올라 1134.49), 엎치락뒤치락을 하다가 다시 연일 하락해 11월 20일 948.69를 찍기도 했다.
그러다 12월 들어서는 회복세를 꽤 유지, 그해 마지막 영업일인 12월 30일엔 1124.47로 마감됐다.
그리고 1년여 뒤,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 종료일인 2010년 2월 1일에는 1606.44를 기록했다.
환율과 마찬가지로, 증시에도 효과가 초반 며칠 동안만 나타났다고도 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발생했다고도 할 수 있다.

▶즉, 통화 스와프는 초반엔 무조건 효과를 내기는 하는데, 향후 불안 요소가 등장하면 통화 스와프를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원 달러 환율은, 증시는 얼마든지 널뛰기를 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통화 스와프가 금융시장의 급한 불은 꺼 주는 진정제이기는 하나, 치료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진정제이면서 면역력을 만들어주는 백신이기도 하다. 통화 스와프 말고도 다양한 경제 요인이 서로 영향을 주니 당연한 얘기이기도 하다. 일부 언론 보도가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을 두고 흡사 '구세주'처럼 조명하지만, 경제위기에 등장시켜야 하는 어벤져스급 조치들 가운데 하나일 뿐인 것. 또한 통화 스와프의 안정 효과는 꽤 시간이 걸려 시장에 반영되는 것으로 2008~2010년 나타난 바 있다.

아울러 이번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기간은 최소 6개월인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 기간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을 것으로, 역시 1년 3개월간 지속된 2008년 한미 통화 스와프의 사례에 비춰 전망해볼 수 있다. 마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기자들이 계약기간 연장 가능성에 대해 묻자 "6개월 간 시장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며 2008년의 사례를 언급했다.
더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달리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실물 경제가 먼저 위축되고 이게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주는 형국이다. 실물 경제가 위축을 넘어 고사 직전 상태로까지 가면, 금융시장에 통화 스와프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게 큰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이에 미국처럼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국가들이 일명 '재난소득' 같은 직접적인 정책을 어떻게 준비하고 또 얼마나 적시에 실행할 지가, 실물 경제→금융 시장 순으로 회복시키는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이때 통화 스와프는 주연은 아니더라도 든든한 조연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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