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바닥일까…" 폭락장에 힘겨운 개미들 '한숨만'

입력 2020-03-19 16:43:34 수정 2020-03-19 20:15:54

최근 주식 떠받친 개미 매수 상당액은 '빌린 돈'
'저가 매수 기회' 잡으려다가 연일 폭락하며 공포감 확산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 현황판 앞을 오가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2만 포인트 아래로 떨어지고, 4~5%대 낙폭을 기록한 유럽 주요국 등 글로벌 증시의 영향으로 1,500선이 무너지며 급락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 현황판 앞을 오가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2만 포인트 아래로 떨어지고, 4~5%대 낙폭을 기록한 유럽 주요국 등 글로벌 증시의 영향으로 1,500선이 무너지며 급락했다. 연합뉴스

올 초 주당 5천400원에 한 기업의 주식을 4천만원치를 매입했던 A(37)씨는 요즘 닷새째 밤잠을 설치고 있다. 1월 중순까지만 해도 한 때 주당 6천원을 넘어서면서 '손에 돈 좀 쥐겠구나' 생각했던 것도 잠시, 이후 주가가 완만한 내림세를 보이더니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급격한 추락세를 보이며 투자금이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A씨는 "19일 오전만 해도 주당 3천원대를 넘기고 있어 그냥 코로나19가 끝난 뒤 경제가 회복할 때까지 버텨보자고 생각했는데, 오후 들어 코스피가 1500선이 무너지자 생각이 달라지더라"면서 "2천만원은 여윳돈이지만 2천만원은 대출받은 돈이라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주식창만 쳐다보고 있다. 지금이라도 손절하고 남은 자금이라도 회수해야 할지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주식시장 폭락이 계속되면서 저가 매수 기회라며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던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1600선에서 저점이 형성될 것이라는 일부 증권사들의 예측과 달리 연일 주가가 바닥을 모른채 내리꽂히고 있는 탓이다. 급기야 19일 장중 1450대까지 후퇴하자 어디까지 추락할지 알수 없다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초 새로운 사업을 위해 5천만원 대출을 받았던 B(46)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업을 벌이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 되자 3월 초 이 돈을 전부 주식시장에 투자했다 혼쭐이 나고 있다.

B씨는 "한동안 주식을 그만뒀었는데 괜히 목돈을 쥐고 있다보니 욕심이 나서 주식에 '몰빵'했다가 이틀 만에 14% 손실을 보고 손털었다"며 "지금 주식시세를 보니 그때라도 매도하고 나온게 천만다행이다 싶다"고 혀를 내둘렀다.

연일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팔자'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국내 주식시장을 떠받친 것은 개미들의 저가 매수였다. 그러나 지금처럼 대내외 경제 상황이 한 치 앞도 전망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자칫 쪽박을 찰 위험성도 적잖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빚을 내 주식투자에 뛰어든 이들의 경우도 많아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위협 요소가 될수 있다.

각종 주식투자·재태크 카페에는 "바닥이 어디일까", "손실을 감수하고 손절해야 하나", "버티고 있으면 언젠가는 반등할까"는 등의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는 개미투자자자들의 사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한동안 급증해 지난달 20일 10조5000억원을 넘어선 뒤 10조대에서 오락가락하던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잔고'는 최근 급감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으로, 결국 개미 투자의 상당액이 '빌린 돈'이라는 의미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7일 기준 8조5천422억원으로 지난 12일(10조260억원)과 비교해 3거래일 만에 1조5천억원가량 감소했다.

현재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작년 9월 6일(8조5천171억원)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작은 수준으로, 그만큼 주가 상승 혹은 반등 기대감이 사라졌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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