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 깎아주더냐”…월세 안 깎으면 '나쁜 임대인'?

입력 2020-03-19 17:45:38 수정 2020-03-20 09:32:27

임차인끼리 “몇 % 깎아주더냐”…감면 못 받으면 상대적 박탈감
생계형 임대인은 동참 안 하면 ‘나쁜 임대인’ 낙인 불안

대구 수성못 거리에
대구 수성못 거리에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한 건물주에게 감사를 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채원영 기자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 등 임차인을 돕기 위한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각자 사정으로 속앓이를 하는 임차인과 임대인도 늘고 있다.

임대료를 할인받지 못한 임차인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각종 비용 부담에 할인을 해주지 못하는 임대인은 '나쁜 임대인'이 될까 눈치를 보는 것이다.

대구 수성못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지금 임대료를 할인 받으면 코로나 사태가 끝난 뒤 혹시라도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할까 말도 못 꺼냈다"며 "임차인끼리 모임을 하면 저마다 얼마나 임대료를 할인 받았는지 얘기하는데 그냥 듣고만 있다"고 속상해 했다.

수성못상가연합회에 따르면 약 120개 점포 가운데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는 점포를 제외하고 80% 이상의 건물주가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임대료 감면 금액은 적게는 20%, 많게는 40% 정도다.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지 못하는 건물주도 눈치가 보이긴 마찬가지다. 직장생활 내내 모은 돈에 대출금을 끼고 건물을 매입한 이른바 '생계형 건물주'들의 이야기다.

수성구에 3층짜리 건물을 매입해 1층은 자신이 직접 운영하고 2·3층은 임대한 B씨는 "대출금 원금에 이자, 각종 세금과 공과금을 내야 해 도저히 임대료를 깎아줄 여력이 안 된다"며 "다행히 임차인이 할인 얘기를 안 꺼냈지만 스스로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민생·경제 종합대책'에서 "민간의 '착한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하면 정부가 인하분의 절반을 부담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처럼 정부가 앞장서 운동을 독려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임대료 문제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두고 정부는 영세상인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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