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감염 확산 우려돼 추가 연기 주장에 힘 실려
언제까지, 어느 학교까지 연기할지도 고민되는 부분
사후 대책 생각하면 결정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 나와
학교 개학이 또 미뤄질 조짐이다. 유·초·중·고교의 개학이 3주 미뤄져 23일이 개학일로 잡힌 후에도 코로나19가 숙지지 않으면서 개학을 더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탓이다. 이대로 개학 시 학교 내 집단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교육당국의 고심도 깊어가고 있다.
◆'23일 개학은 무리', 학교 내 감염 우려 목소리 커져
A씨는 대구 한 초교 2학년 담임교사다. 그는 2일에서 23일로 개학이 미뤄지면서 학생들에게 독특한 과제를 냈다. '집에서 1시간씩 헌 마스크를 계속 쓰고 놀기'가 그것이다. 개학에 대비한 궁여지책이라는 그의 설명이다.
A교사는 "학교에 오면 4시간 넘게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지내는 연습이 전혀 안 돼 있다"며 "고민 끝에 이 과제를 냈다. 살다 보니 이런 것까지 해야 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초교 저학년을 오래 담당한 B교사는 이대로 개학하는 게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울먹이며 '마스크 잃어버렸어요'라고 내게 쪼르르 달려오는 꼬마들이 정말 귀엽다. 학교에선 그런 일이 흔하다"며 "문제는 지금 상황에서 벌어지면 안될 일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교실에 붙어 앉아 생활하는 건 감염 확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형태. 학생이 어릴수록 교직원들이 위생 수칙을 챙기기 더욱 어렵다. 학교급식 때는 더욱 문제다. 식당에는 교실처럼 한 학급 학생들만 모이는 게 아니라 더욱 우려가 크다.
반면 마스크는 모자란다. 대구시교육청이 비축한 소형 마스크는 약 30만장뿐이다. 대구 유치원과 초교 학생들에게 1인당 2매씩 나눠줄 수 있을 뿐이다. 수요가 부족한 성인용 마스크에 생산력이 집중돼 있는 탓에 개학 후 수요가 급증할 소형 마스크의 확보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매일신문 13일 자 6면 보도)
개학을 더 연기하자는 얘기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올랐다. 지난 13일 서울 한 고교생이 올린 주장인데 15일 오후 이미 7천여 명이 동의했다. 이 뿐 아니라 '맘 카페' 등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 이르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당국은 고심 중, 추가 연기 가능성 대두
현재 다중이 모이는 행사, 시설은 피하라는 게 보건당국의 당부다. 개학이 예정된 23일까지 이같은 상황이 크게 나아지리라 예상하긴 쉽지 않다. 오히려 지역사회의 소규모 집단 감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젠 수도권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 추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개학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지역사회 감염이 계속되는 한 개학 연기는 불가피하다"며 "다중이용 시설이 정상 운영된 뒤 학교가 문을 여는 수순이 맞다. 지역사회 감염이 통제되고 일정 기간 안정화된 후 개학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당국도 개학 추가 연기 카드를 꺼낼지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이라고 판단하긴 이른 탓에 4월까지 개학을 연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6일이나 17일 교육부는 추가로 개학을 더 연기하는 문제에 대해 입장을 정리, 발표하기로 한 상태다.
이번에 개학이 미뤄지면 세 번째 연기 조치다. 교육부는 애초 2일에서 9일로 개학을 일주일 미뤘다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다시 개학일을 23일로 바꿨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조치 모두 대구가 먼저 연기하고 교육부가 뒤따라 나머지 지역까지 연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개학이 미뤄지더라도 세부적인 상황은 이전과 달라질 수 있다. 두 번째 연기 때까진 유·초·중·고교의 개학이 모두 미뤄졌다. 이번에도 같은 방향일 수 있다. 하지만 고교만 23일 개학하거나 고3만 우선 개학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수업 일수 기준으로 유치원 18일, 학교는 19일 내로 법 개정 없이 수업 일수를 감축할 수 있다.
어떤 방식이든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대구 C고교 교장은 "교육과정 운영, 대입 준비 등 고민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더구나 학부모들이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챙길지 결정할 시간 여유도 줘야 한다. 학원의 휴원 권고, 학교의 긴급돌봄 연장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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