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폭동, 혼란 없어… 자발적 거리두기에 동참
더 급한 사람 먼저… 경증환자는 우선 치료 요구 없이 순서 기다려
외신은 대구경북을 재난에 대처하는 인류의 미래로 조명
"선 극복 후 평가다.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전례없는 감염 공포였다. 언제든, 누구든 확진자가 될 수 있었기에 강 건너 불구경을 할 수 없었다. 국난에 버금가는 재난이었다. 스스로를 통제했고 스스로를 검열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질서정연한 일본인들이라며 주목했던 외신은 대구경북시도민을 재난에 대처하는 인류의 미래로 조명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대구경북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린 지 한 달.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일상 복귀에 대한 기대감마저 나타나고 있다. 대구경북시도민들의 침착한 대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과정이다.
특히 더불어 이겨내려는 모습에서는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것이란 희망을 보여줬다. 대구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18일 이후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산세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하지만 혼란과 공포를 드러내기보다 대비해야할 것들에 집중했다. 대형마트에서 사재기를 하고, 주유소에 연료를 채우려는 차들로 가득하다거나, 위험지역을 빠져나가려 고속도로로 몰리는 광경은 영화 속 장면일 뿐이었다.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컨트롤타워인 대구시와 경북도의 권고에 따랐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했다. 무엇보다 삶의 터전을 버리지 않았다. 일부 정치권에서 봉쇄설이 나올 때는 헛웃음을 쳤다. 불안해하며 벗어나라는 자식들의 권유에 어르신들은 이곳을 벗어나지 않겠다고 했다. 외려 자식들에게 당분간 고향에 오지 말라고 했다. 침착하게 함께 견뎠다.
마스크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도 수백m 긴 줄을 따라 자신의 차례를 질서있게 기다렸다. 확진자들도 자기 먼저 치료받게 해달라고 떼쓰지 않았다. 중증 환자를 위해 순서를 양보하는 일도 잇따랐다. 자가격리에 충실했다. 이상 증세가 없는 이들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힘을 보탰다. 위생수칙 지키기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 됐다. 손 씻기, 얼굴 만지지 않기, 음식 덜어먹기 등도 생활로 스며들고 있다.
경제 활동이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자발적 고통 덜기가 등장했다.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낮췄고 음식점주들은 음식을 나눴다. 커피를 만들었고, 편지를 썼다. 제각기 재능을 나눠 힘을 북돋웠다. 외신이 주목한 것도 이 대목이다. 자신이 인내하는 것은 물론 남에게 힘을 불어넣는 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진풍경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시민의식이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하는 무기라고 소개하고 있다.
프랑스 AFP통신은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대부분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할 정도로 위생 수칙도 철저히 지킨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대구를 봉쇄하지 않았음에도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권고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주고 있다"고 했다. 미국 ABC 방송은 "대구에는 두려워하는 군중이 없다.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만이 있을 뿐"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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