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기관 진료 재개 기준 개선도 시급하다

입력 2020-03-14 06:30:00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치료 현장에서 이제는 사망자 줄이기로 방역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모든 환자를 입원시켜 치료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경·중증도 구분을 통한 중증 환자 위주의 입원 치료로 사망자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판단이다. 어차피 초기 대응 실패로 전염병 대란을 초래한 이상 이제는 사망자 비율을 낮추는 것이 추락한 국격을 만회하고 국민 불안을 완화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선진 의료기술을 효율적으로만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 또한 감염 현장의 모순적인 방역체계를 개선해야만 가능하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비전문 관료주의에 매몰된 정책 당국이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확진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이 일정 수준 이상 소독 후에 신속하게 진료를 재개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 좋은 사례이다.

현재 코로나 진료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는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르면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하면 최소 2주에서 최대 20일까지 병원을 폐쇄해야 한다. 그러나 이 지침은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 당시에 만든 것이다. 이 기준을 치사율이 낮은 코로나19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의료진들의 항변이다. 서울의 병원들이 대구에서 온 환자 진료를 꺼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혹시 모를 감염으로 인한 장기 폐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일부 병원이 확진자 발생을 쉬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 단순 방문이나 입원 환자 중 확진자 판명 등에 대해 모호한 입장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메르스 때 만들어진 지침을 기반으로 환자 분류와 입원 원칙과 의료기관 폐쇄 기준 등을 정해왔다고 밝혔을 뿐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자체마다 기준이 다른 것도 문제라며 방역 당국의 부적절한 조치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학적 근거 없는 무조건 폐쇄 명령이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 훼손과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급박한 상황일수록 순발력 있는 대응은 물론 전문가 집단에 대한 의견 존중이 절실하다. 방역 당국의 비현실적이고 보수적인 방역행정의 과감한 개선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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