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병원 "2주 뒤에 오라"…기저질환자 어쩌나

입력 2020-03-09 18:57:02 수정 2020-03-09 20:29:03

서울 주요 병원, 대구경북환자 진료 2주 연기 요청
대구경북 환자들 "무작정 오지 말라 하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 분통
정부 "대구경북 방문 등 정확히 알려야…진료거부 병원에는 행정력 동원"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입원했다가 코로나19으로 확진된 환자로 폐쇄된 서울 중구 백병원 앞에서 9일 의료진을 비롯한 병원 관계자와 경찰 등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입원했다가 코로나19으로 확진된 환자로 폐쇄된 서울 중구 백병원 앞에서 9일 의료진을 비롯한 병원 관계자와 경찰 등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대구경북지역 환자들에 대한 서울 등 수도권 병원들의 진료 거부로 불똥이 튀면서 진료 및 약 처방 등 불편과 기저질환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백병원에서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입원해 있던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대구경북민의 역외 병원 진료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울 주요 대학병원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대구경북지역 환자들에게 진료 연기를 요청하는 등 거리를 두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 거주자에게 방문 진료 2주 연기를 권유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인터넷 진료예약을 아예 중단했다. 전화예약을 통해 대구, 청도, 경산 등을 최근 2주 사이 방문한 사람들을 확인 후 안내하기 위해서다.

대구경북 방문 이력이 있는 사람이 경증이면 2주 후로, 중증 및 응급은 선별진료소로 안내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게 한 후 진료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소강국면에 이르기 전까지 변수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구경북 환자들은 '무작정 오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대책을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료나 약 처방을 받지 못해 기저질환이 악화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의 태도는 모호하기만 하다. 의료기관에 대해 대구경북 환자를 부당하게 거부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지만 대구경북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대구경북 방문 사실을 의료기관에 숨기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정부의 경고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9일 "재난 시 의료인에게 정확한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1천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환자를 병원이 거부하는 것에 대해서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총괄조정관은 "감염병 관리 지역의 환자는 적절하게 진료를 받기 어렵고 의료기관에서 받아주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대구에서 온 환자를 무조건 거부하거나 필요 이상의 조치를 하는 병원에는 행정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의료법 15조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대구시의사회 관계자는 "대구경북에 환자가 많아 조심스러워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수도권 병원에서 무조건적으로 대구경북 환자를 꺼려선 안 된다. 좀 더 이성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경증 환자를 조금 늦춰 진료하는 것에 대해 대구경북민도 어느 정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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