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의사 5천700명이 질병과의 힘든 싸움에서 최전선 전사로 분연히 일어서자. 응급실이건 격리병원이건 각자 불퇴전의 용기로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자."
지난 25일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의 호소문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공포에 잠긴 대구 시민의 마음을 감동으로 물들였다 "이 위기에 단 한 푼의 대가, 한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과 눈물로 시민들, 대구를 구하자"는 결의가 낙심과 불안에 빠진 도시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 회장의 호소에 대구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동료 의사들이 속속 응답했다. 26일 서울 강남구의 집을 출발한 여의사(60)는 가족의 만류에도 대구행 고속철도(KTX)에 올랐다. 지원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경산의 노의사(66)는 "나처럼 늙다리 내과의가 쓰일 데가 있을까 했지만 그래도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불과 하루 뒤인 27일 청와대 홈페이지는 분노한 민심으로 들끓었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는 제목의 국민청원 동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역대 세 번째로 많은 동의자다.
지난 4일 제기된 이번 청원에 불과 이틀 사이 80만 명이 넘는 동의자가 폭증한 배경에는 '나쁜 정치'가 있다.
홍익표 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5일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한 대구경북에 대한 '물리적 봉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대구와 경북 청도 지역은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어서는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며 "봉쇄 조치는 이동 등 부분에 대해 일정 정도 행정력을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안 그래도 자발적인 외출 자제를 실천하고 있는 대구경북 시도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지는 못할 망정 '정부가 대구경북을 버렸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은 것이다.
문 대통령이 나서 "지역적 봉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전파·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뜻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하루 사이 극명하게 교차하는 '선한 인술'과 '나쁜 정치'를 마주하면서 전염병과 인간의 사투를 그린 '페스트'가 떠오른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1940년 전염병 대공포가 휩쓸기 시작한 북아프리카의 항만 도시 '오랑'을 무대로 한다.
소설 속 '오랑'에서 10개월간 전염병과 사투를 벌인 사람들은 정치인들이나 고위 관료가 아니라 평범한 개인이었다. 시민들과 도시의 여행객들은 탈출 대신 자원봉사 공동체 결성과 활동에 헌신하며 장렬하게 맞섰고, 시청 말단 공무원들은 묵묵히 이들을 돕는 역할을 맡았다.
소설 속 이야기는 미증유의 바이러스 공포에 직면한 대구경북의 현실과 오버랩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염병 대위기에도,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나쁜 정치'에도 시민정신만큼은 찬란히 빛나고 있다.
임대료를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착한 건물주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전국 각지의 성금과 의료 물품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힘내요 DAEGU' 해시태그를 단 응원도 쇄도하고 있다. 여기에 대구경북으로 달려오는 의료인들의 헌신과 봉사가 더해지고 있다.
소설 '페스트'는 비참하고 잔혹한 현실 앞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야말로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진정한 반항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대구경북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한, 대구경북을 응원하는 선한 시민들이 있는 한 대구경북은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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