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우종영 지음, 메이븐출판, 2019)
나무,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를 지켜 온 생명체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개성이 있듯,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나무도 각자만의 성품을 지니고 있다. 나무는 나무이고, 인생은 인생이지. 정말, 나무로부터 배울 삶의 지혜가 있는 것일까? 나무 의사의 억지 논리가 아닌지? 하지만, 철학자인 샤르트르가 한 말 중에 "자연은 늘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 말을 번역하는 것은 인생의 경험이다. 나무를 바라볼 때도 단순히 특성보다는 그 품성을 이해하려고요"를 접하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저자는 30년 경력의 나무 의사다. "내가 정말 배워야 할 모든 것은 나무에게서 배웠다" 지금까지 쓴 책으로는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바림', '풀코스 나무 여행' 등이다.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한다.
나무에게서 배우는 인생철학이다. 막 싹을 틔운 어린 나무가 생장을 마다할 이유가 있다. 따뜻한 햇볕이 아무리 유혹해도 생장보다는 뿌리에 온 힘을 쏟는다. 땅속 어딘가 있을 물길을 찾아 더 깊이 뿌리를 내린다. 나무 키우기와 아기 키우기의 공통점은 '최대한 멀리 떼어놓기'다. 자신의 그늘 밑에서 절대로 자식들이 큰 나무로 자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보호라는 미명 하에 곁에 두면 결국 어린 나무는 부모의 그늘에 가려 충분한 햇빛을 보지 못하고 죽고 만다. 나무 의사로서 깨달은 것이다.

"사람들이 나무를 심을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뭔지 아나? 자기가 좋아하는 나무를 눈에 잘 보이는데 심을 생각만 한다는 거야. 나무가 어딜 좋아하는지는 전혀 생각 안 하고 말이지."(98쪽) 적지적수(適地適樹)다. 나무와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사람들은 일기 또는 자서전 등을 통해서 기록으로 남기게 된다. 나무 역시 나이테에 자기의 생장기록을 고스란히 남긴다. 나이테가 간격이 넓고 연한 색이면 당시 환경이 풍족했다는 뜻이고, 반대로 나이테가 간격이 좁고 색이 짙으면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시련을 겪었다는 뜻이다.
나무는 빛이 디자인하고 바람이 다듬는다고 했던가. 잎을 모두 떨군 겨울 팽나무를 보자. 거친 바람이 만들어 낸 기하학적인 모양새에 할 말을 잊는다. 흔들림의 미학이라고 할까. 인간사라고 다를까? 공자는 마흔이 되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오히려 흔들리며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현명한지 모른다.
저자는 인간은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모르니까 평소 죽음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주 아무런 준비 없이 우왕좌왕하며 삶을 잘 마무리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하지만 나무는 터럭 하나 남기지 않고 흙으로 돌아가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지혜를 보여준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그래서 미련 없이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맡길 수 있는 온전한 비움이기를 전한다.
울창한 숲속을 걸으면서 깨달은 인생의 진리가 있는가? 늘 우리와 함께하지만 알아채지 못하는 나무와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 곧 식목일이 다가온다. 한평생 친구가 될 나의 반려목(木)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은 나무를 심고 나무는 사람을 키운다."(190쪽). 저자의 이 한 마디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하고 추천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박기범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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