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업종 불문 한파…경기지수 10P 하락

입력 2020-02-26 17:37:30 수정 2020-02-26 19:57:36

제조업 11p ↓, 서비스업 9p ↓…2003년 이후 최대폭
전자·영상·통신장비, 운수창고업 수직낙하

대구 달성1차산단 내 자동차부품업체 A사는 올해 1~2월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30% 이상 줄었다. A사 대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완성차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않고 앞으로 내수시장까지 얼어붙을 것으로 보여 비상"이라며 "이미 적자로 전환한 지 4년째인데 버티기가 너무 어렵다. 상환 압박에 당장 돌아오는 은행 대출만기가 걱정"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 업종 기업의 체감경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자료에 따르면 이번 달 전 산업의 업황 BSI는 한 달 전보다 10포인트(p) 내린 65를 기록했다.

이는 기업경기실사지수 조사가 시작된 2003년 1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한 2015년 6월, 유럽 재정위기가 온 2012년 7월,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 11월 각각 9p씩 내린 것과 비교하면 이번 코로나19가 기업계에 미치는 충격을 가늠할 수 있다.

BSI란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부정적으로 응답한 기업이 긍정적으로 본 곳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돌게 된다. 경기를 비관적으로 인식한 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한은 측은 이번 2월 기업경기지수가 전체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업황 BSI(65)가 한 달 전보다 11p 꺾여 2016년 2월(6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중국으로 가는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전자·영상·통신장비(71) 업종은 18p 급락했다.

일부 완성차 업체가 와이어링 하네스(배선뭉치) 등 중국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자동차(56) 업종의 체감경기도 18p 떨어졌다. 자동차 산업과 연관성이 높은 금속가공(54)도 11p 내렸다.

음식점, 도·소매 업종이 속한 비제조업(64) 업황지수도 9p 하락했다. 낙폭은 메르스가 닥친 2015년 6월 이후 가장 컸다.

내수가 부진해 도소매업(59)이 13p 하락하며 2012년 11월(58)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 역시 어둡다는 점이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전 산업 업황 전망 BSI는 69로 7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조사가 이달 11∼18일에 이뤄지며 이후 국내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탓에 3월 들어 기업심리지수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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