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다쳐도 갈 곳이 없다"…응급실 폐쇄가 능사 아냐

입력 2020-02-19 18:32:46 수정 2020-02-19 21:15:26

대구 응급 의료체계 붕괴…시민들 생명 위급한 상황 맞아도 치료할 곳이 없어
지역 의료계 "대학병원에 있는 선별진료소 없애 응급실 부활시켜야"

대구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19일. 확진자가 다녀가 폐쇄된 경북대학교 병원 응급실 앞으로 마스크를 쓴 병원 방문객들이 지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대구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19일. 확진자가 다녀가 폐쇄된 경북대학교 병원 응급실 앞으로 마스크를 쓴 병원 방문객들이 지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대구시민들은 아프지 말아야 하고, 혹시 사고를 당해도 그야말로 속수무책 아닙니까?"

대구경북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새 18명이 추가되자, 이들이 머물렀던 의료기관은 풍비박산이 났다.

19일 현재 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성서), 영남대병원, 대구의료원이 응급실을 폐쇄했고, 대구가톨릭대병원은 환자를 선별 통제하며 임시로 가동 중이다. 칠곡경북대병원과 대구파티마병원만 남았지만, 이 마저도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 응급실 운영을 지속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누구도 대비하지 못한 이러한 상황에서 대구 응급 의료체계가 붕괴됐다. 시민들은 생명이 위급한 상황을 맞아도 치료할 병원이 없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시급을 다투는 심뇌혈관, 중증외상, 교통사고 환자 등이 응급 수술할 병원이 차단된 기가막힌 현실을 놓고 보건당국과 지자체로 향한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경산의 한 병원 관계자는 "대구 수성소방서119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는데, 대구 대학병원이 막혀 이곳으로 왔다"고 전했다.

의료계에서는 지금부터라도 대학병원에 있는 선별진료소를 없애 응급실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별진료소를 통한 의심환자 유입을 차단하고, 확진환자 치료 기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19일 오후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실에 병원 관계자 및 환자 보호자가 들어가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실은 이날 한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의심환자 발생으로 폐쇄되었다가 의심환자를 음압실로 옮긴 뒤 중증 환자에 한해 선별적으로 수용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19일 오후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실에 병원 관계자 및 환자 보호자가 들어가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실은 이날 한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의심환자 발생으로 폐쇄되었다가 의심환자를 음압실로 옮긴 뒤 중증 환자에 한해 선별적으로 수용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대구의 한 중소병원장은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 응급실 폐쇄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수정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무조건 대학병원 응급실을 폐쇄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경북대병원의 한 교수는 폐렴 선별검사와 치료를 이원화해서 원내 감염을 막자고 주장한다. 그는 "선별검사는 보건소에서 하고 집에서 기다리게 했다가, 양성인 환자만 음압병상이 있는 대학병원에 보내 입원 치료를 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했다.

경북대병원은 이날부터 선별진료소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의료진 상당수가 자가격리에 들어가 인력난 때문이다. 정호영 경북대병원장은 "대학병원 선별진료소를 없애는 것은 병원 내 감염을 막는 현실적 방법"이라면서 "응급실 앞에서도 선별 검문을 해서 폐렴이 의심되는 환자는 보건소로 보내는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병원장은 "인력을 2교대로 최대한 가동하고 기존 응급실 환자를 다른 병동으로 옮기는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응급실 정상화는 이번 주말쯤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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