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로 무너진 청도 태양광 시설은 방치…28번 국도 주변 곳곳엔 태양광 패널이 흉물
경북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들이 산지를 훼손하는가 하면 주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우후죽순 들어선 태양광 패널은 도시·시골 미관도 해친다. 이 때문에 산지 중심이던 대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은 최근 건축물, 도시 유휴공간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산사태 나도 보수공사 차일피일
장마와 태풍 등 집중호우에 2018년, 2019년 두 차례 옹벽이 붕괴된 청도군 풍각면 태양광 발전시설은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공정률 50% 수준에서 복구 공사가 중단됐다. 청도군은 업체 관계자들에게 구두 확약을 받을 뿐 공사를 강제할 뾰족한 수단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산사태 등 문제가 잇따르자 정부가 경사도 허가기준 강화, 산지 일시사용 허가제도 도입 등 대책을 내놨으나 이미 설치된 시설의 안전강화책은 미흡하기 때문이다.
청도군 관계자는 "태양광 추진 업체가 사업부지 안전성 검토 등 개발행위 허가를 모두 완료한 이후에 전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정부가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 훼손 문제는 이곳만의 고민이 아니다. 봉화군 봉성면에선 창미에너지발전소 등 태양광 발전시설 4곳이 설치돼 13㏊(13만1426㎡)의 산지가 훼손됐다. 칠곡군 동명면 역시 화남태양광발전소로 산지 9㏊(9만1757㎡)가 사라졌다.
특히 화남태양광발전소는 산지에 만들어진 단일 태양광 발전소 가운데 규모가 전국 3번째에 해당하고 경북에서는 제일 크다. 동명면 송산3리에 있는 이 발전소는 2018년 6월 공사가 시작돼 지난해 6월 완공됐다.
건설 과정에선 주민들이 법적 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2018년 공사 초기 비가 오면서 토사물이 인근 인가 도로까지 쏟아져 주민들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확정 측량이 진행 중이고, 허가가 난 구역의 일부 필지 소유권 이전이 늦어져 최종 준공 인가는 나지 않았다.
시행사와 주민 간 갈등은 고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구미시 장천면 상장리와 여남리 태양광 발전소가 대상이다. 상장리 발전소는 2018년 2월 구미시 허가를 받았지만 토목공사 진행 중 주민의 피해 보상 요구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받기도 했다. 여남리 발전소는 2016년 10월부터 건설이 추진됐지만 주민 반대로 착공도 못하고 있다.

◆산지에서 도심으로…미관 해칠까 우려
곳곳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태양광 발전시설은 주변 미관을 해치고 있다. 예천군 풍양면 낙동강 쌍절암 생태숲길로 인근의 산지 비탈면은 나무가 아니라 태양광 패널로 뒤덮였다. 허리가 잘린 산세 앞에 생태숲이란 수식어가 무색하다.
쌍절암으로 이어지는 28번 국도 주변에는 크고 작은 태양광 발전시설을 쉽게 볼 수 있다. 산지는 물론 도로변 축사 지붕, 폐교 건물 옥상에는 어김없이 태양광 패널이 자리했다. 도로와 너무 인접한 태양광 발전시설은 패널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빛이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기도 했다.
산지에서 애물단지가 되면서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은 규제가 강화된 산지 대신 건축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건축물 대상 사업 추진을 위해 투자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한 사업자는 "법이 강화되면서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를 산지에 받을 이유가 없어졌다"며 "특히 산지 전용이 막히고 일사사용 뒤 원상복구해야 하니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건축물 태양광 사업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또 다른 사업자는 "건축물에 설치하는 방식에 따라 외벽수직형은 70%, 지붕일체형은 50% 등 설치비 지원이 확대됐다"며 "요즘은 축사 건축 계획이 있는 농가와 태양광 업자가 함께 축사 허가를 받으러 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공공건축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경북경찰청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청사 주차장 등 유휴공간에 780kW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공사를 했다. 이를 통해 연간 전기요금 7억2천만원의 15%에 달하는 1억1천232만원을 충당할 계획이다. 시설 설치에 약 14억원의 예산이 들었지만 사용가능 햇수가 최대 20년인 점을 고려하면 경제성은 충분하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북지역 한 태양광 사업자는 "산지 태양광 발전사업은 2018년 정점을 찍은 뒤 사실상 주류에서 밀려났다. 이제는 건축물 옥상, 도심 유휴부지 등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며 "다만 대규모 산지 태양광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탓에 정부가 기대하는 에너지 대체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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