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因材施敎(인재시교): 타고난 소질에 따라 가르쳐야 한다.

입력 2019-05-20 18:00:00

천재는 전생의 경험이 꽃피어난 결과라고 한다. '논어' 선진편(先進篇)의 이야기다. 공자가 쉬고 있는데, 자로(子路)가 달려와 큰 소리로 물었다. "제가 좋은 말을 들었으면 바로 행동에 옮기는 것이 맞지요?" 공자는 느릿느릿 말했다.

"아버지와 형이 계시는데 물어봐야 하지 않겠나? 아는 길도 물어보고 가라 했느니라." 자로가 나가자 제자 염(冉)이 공손히 묻는다. "제가 올바른 주장을 들으면 바로 실천에 옮겨야 합니까?" "그렇지. 실천이 중요하다." 보고 있던 제자 공서화가 말했다. "선생님은 똑같은 질문에 왜 전혀 다른 대답을 하십니까?" 공자는 웃으며 "염은 성품은 겸손한데 우유부단(優柔不斷)하니까 결단력을 보여주기 위해 얼른 대답했다. 자로는 승부욕이 강해서 덤벙대니 남의 말을 듣고 심사숙고(深思熟考)하라고 그랬단다"고 했다. 공자의 '인재시교'(因材施敎) 교육법이다. 타고난 성품에 맞게 가르쳐야 한다는 뜻의 인성이교(因性而敎), 나이에 따라 가려서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인 인령이교(因齡而敎)도 같은 교육법이다.

오늘날 교육에는 소질과 적성은 없고 점수만 있다. 점수를 올리기 위해 엄마가 학원가를 맴돌고, 자녀의 스케줄도 짜준다.

대학에 와서도 학생들은 자기 소질보다는 학점 위주로 수업을 구성하는 경향이 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씁쓸하다. 유독 한국만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형 인재' 양성에 열을 올린다.

외국인은 "4차 산업혁명이 뭐지"라고 묻는다. 아무도 실체를 모르면서 '미래형 인간' 육성에 혼을 바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로봇 같은 인간만 살까? 인간이 하는 농업도 있고, 예술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의 소질을 잘 계발하는 교육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만들지 않을까.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을 키우는 것이 교육이다.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