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유류시설 및 저탄장 석탄가루 등 관리 소홀이 오염 원인 추정
오염토 모두 파내고 새 흙 채우는 '토양 치환 공법'으로 정화 계획
'결과 받아들고도…' 한 달째 헤매는 대구도시공사 행정 '비판'
대구 동구 안심뉴타운 예정지 토양에서 기준치를 넘는 유류와 중금속이 대거 검출되면서 시민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도시공사는 뉴타운 조성에 앞서 대규모 토양 정화작업을 벌일 계획이지만 인근 주민들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 "지하 유류시설 관리 소홀 원인 추정"
토양정밀조사를 맡은 (재)국토환경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옛 안심연료단지의 가장 큰 오염 원인을 '침출된 오염물질'로 추정했다. 과거 안심연료단지 입주 업체들이 지하 유류 보관시설 등의 관리를 소홀히 했거나, 시설 자체가 노후돼 오염물질이 토양으로 침투했다는 것이다.
특히 연료단지 지하에 묻혀 있던 유류조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토양환경조사업계 한 관계자는 "주유소와 주한미군기지 등에서도 지하 저유고가 파손되는 등 이유로 유류가 누출돼 토양 오염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규모가 크고 운영기간이 길수록 유류 누출이 지속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류가 일으키는 토양오염 시 가장 문제가 심각한 'BTEX(벤젠·톨루엔·에틸벤젠·크실렌)'가 검출되지 않은 점을 보면 휘발유보다는 경유·등유나 석탄류가 주 원인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연료단지에 있던 연탄·아스콘 공장이 옥외저탄장에 쌓아 뒀던 석탄가루와 골재에서 중금속 성분이 빗물과 함께 땅으로 스며들었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오염물질이 지하수에 녹아 인근 지역으로 확산됐다면 주민 건강도 위협할 수 있다.
동구청에 따르면 안심연료단지 주변 안심1~4동의 181가구가 주로 농업·생활용수로 지하수를 쓴다. 특히 1곳은 지하수를 식수로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번 지하수 조사에서 오염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안심연료단지 3개 지점에서 지하 3.5~5m까지 분포된 지하수를 뽑아 검사했더니 카드뮴과 비소, 납, 6가크롬, 석유계 총 탄화수소 등 인체에 크게 유해한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구리(0.018㎎/L), 아연(0.137㎎/L), 불소(0.29㎎/L) 등이 소량 검출됐지만 모두 기준치 이하였다.
전관수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하 7m까지 오염됐다면 오염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오염된 지하수를 농업용수로 쓰면 작물도 오염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면서도 "중금속 물질은 양전하 물질이어서 음전하를 띤 토양에 흡착되는 성질이 있다. 중금속이 흙에 스몄다면 지하수에까지 녹아 나오는 사례는 드물어 주민 건강에는 악영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오염토 모두 파내고 새 흙 채우기로
안심연료단지 자리에 들어설 안심뉴타운 사업계획에는 2천7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주택 단지가 포함됐다. 오염토를 제대로 정화하지 않으면 입주민 불안을 초래하고 사업 시행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대구도시공사는 '토양 치환 공법'을 사용,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오염을 제거할 방침이다. 이 공법은 오염토를 모두 퍼낸 뒤 같은 양 만큼의 새 흙 '시민사토'로 바꿔 채우는 것을 이른다. 기존 오염토는 별도 장소로 옮긴 뒤 세척하거나 미생물을 공급하는 등 방식으로 정화한다.
오염토를 제자리에 두고서 화학약품을 사용하거나 열을 가해 오염물질을 분리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오염원을 완벽히 제거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보니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확실한 방식을 택했다는 게 도시공사 측 설명이다.
대구도시공사 관계자는 "토양 치환을 마친 뒤에는 오염토를 완전히 제거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검증용역도 함께 발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토양정화업계는 작업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2차 오염에 주의할 것을 조언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염토의 범위를 실제보다 좁게 판단해 조금이라도 남겨두거나, 토양 제거 과정에서 깨끗하던 토양에 오염물질을 퍼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갈팡질팡 행정에 사업은 혼란 속
대구도시공사는 이런 토양정화 대책을 세우고도 정화업체 선정 과정에서 '갈팡질팡' 행정을 거듭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오염 물질 검출 결과를 받은 지 한달이 지나도록 사업자조차 선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대구도시공사는 지난달 31일 전국 토양정화업체를 대상으로 오염 토양 정화용역 입찰공고를 냈으나 사흘 만인 이달 3일 해당 공고를 돌연 취소했다. 입찰공고문에 필수 요소를 넣지 않고 허술하게 작성해 보완해야 한다는 이유다.
대구도시공사 관계자는 "지방계약법에 따라 발주처가 납부하는 용역 근로자의 4대 보험 액수를 공고문에 고지했어야 하는데, 담당자 실수로 이 내용을 넣지 않아 즉시 공고를 내리고 다시 게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구도시공사는 새로 게시한 입찰공고마저도 관련 업체들 항의를 받고서 하루 만에 내렸다. 공고문에 포함된 '지역업체 가산점 3점'이 문제였다. 대구경북에는 토양정화업체가 한곳 뿐이고, 경남에도 두 곳이 전부여서 자칫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업계 반발이 적잖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행정 혼선 탓에 애꿎은 안심 주민 14만 명만 건강 악화의 우려를 떠안고 있다. 입찰 진행과 사업 착수가 밀리면서 안심 한복판에 오염토가 방치돼 있어서다. 안심연료단지는 시설물 대부분이 이미 철거돼 맨바닥이 드러난 상태다. 오염토가 바람에 날려 주거지역까지 확산될 우려가 크지만 대구도시공사 측은 아직 명확한 재공고 일정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구도시공사 관계자는 "조달청과 법조계 자문에 따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공고 취소 및 재공고를 결정했다"며 "입찰 금액이 커 업체들이 예민할 수 있는데도 행정에 세심하지 못했다. 세부 계획을 재검토한 뒤 최대한 이른 시일 중 재공고를 내걸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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