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영향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근로자가 늘고 있다. 태국, 캄보디아 등 일부 동남아 국가들과 한국의 임금(최저임금 기준) 격차가 10배를 넘을 만큼 벌어졌기 때문이다.
영세업체의 인력난 해소라는 측면에서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반기는 측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불법 체류자 증가, 낮은 생산성을 이유로 달갑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임금 10배, 한국 취업 열기
경북 경산 진량공단의 한 금속가공업체 A사는 외국인 근로자 26명이 생산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공장 전체 인력 40명의 절반이 넘는다. 해당 업체는 고열로 금속을 달구고 연마하는 등 공정 과정이 쉽지 않고 위험해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기가 어렵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분기마다 신청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신규고용 신청이 인력 수급의 주요 창구다. 이에 더해 용역업체를 통해 소개받는 경우도 있다.
A사 측은 올해 들어 현장 인력 중 외국인 비율이 유독 높아졌다고 했다.
A사 관계자는 "올해만 외국인 근로자 9명을 충원했다. 한국행을 선택한 외국인이 크게 늘었다고 들었다"며 "내국인 근로자는 최신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고령자가 대부분이라 젊은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에 작업 지시를 하는 경우도 적잖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내국인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농담도 나올 정도로 외국인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빠르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기준 대구의 외국인 등록 인구는 2만7천89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늘었다. 산단이 위치한 달서구와 달성군, 북구의 등록 인구가 각각 9천11명, 5천703명, 5천233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중 상당수가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아 대구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다.
양질의 생산 현장을 찾아 움직이는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해당 통계에서 달서구와 달성군, 북구의 외국인 수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달서구는 3% 증가했고 달성군과 북구는 각각 4.4%, 3.8% 늘었다. 산단 노후화에 경기 부진이 겹친 달서구 성서산단에 비해 달성군은 국가산단과 테크노폴리스 등 새로운 산단이 성장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올해 E-9 비자를 받아 대구에 들어온 외국인이 3천200여명으로 3천 명 수준이었던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며 "학생 신분으로 입국하거나 비자 만료 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하는 경우까지 감안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크다.
지난해 말부터 A사에서 일하고 있는 한 캄보디아 근로자는 "캄보디아에서는 매달 170달러(약 20만원)를 받고 일했지만 한국에서는 230만원을 받는다. 내년이면 최저임금이 올라 월급이 250만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에 있다 돌아간 사람들이 소문을 내면서 본국(캄보디아)에서도 한국행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다. 한국 입국을 위해 한국어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불법체류자 증가는 문제
인력난 해소라는 이점과는 별개로 불법체류자 수가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정식으로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대부분은 E-9 비자를 통해 입국한다. 해당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한국어능력시험, 기능시험,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3년 계약을 맺고 입국해 상호 합의시 1년 10개월을 연장할 수 있다. 연속체류기간이 5년을 넘기면 국적신청이 가능해 최대 4년 10개월까지만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불법체류자도 적잖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은 지난 7월 기준 33만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2% 늘었다. 지난해 17.2%였던 증가율은 1년 사이 2배를 넘겼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부 영세업체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임을 알면서도 채용을 강행하고 있다.
한 지역 업체 관계자는 고용한 외국인 근로자의 절반이 불법체류자 신분이라고 했다. 정식으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는 정규직 대우를 해주지만 불법체류자들은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하고 있다고 했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니 사용자 입장에서 오히려 손쉽게 쓸 수 있는 노동력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전체 외국인 근로자 중 20~30%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정식 계약을 마치고 한국을 떠날 경우 재신청이 가능하지만 워낙 한국행을 희망하는 경쟁자가 많은데다 나이 제한(만 40세)도 있어 부담을 느끼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른다는 소식을 접한 외국인들이 늘며 내년에도 불법체류자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체류자의 경우 무비자로 최대 90일 체류할 수 있는 태국인 비중이 높고 정식으로 들어와 계약을 마친 뒤 그대로 눌러앉는 사람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떻게든 한국에 더 머무르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며 "기업이 당장 편하다고 불법 체류자 문제를 눈감다가는 장기적으로 인력난 심화와 인력의 질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사용자부터 불법체류자 채용 근절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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