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부모 됨은 홀로서기의 과정

입력 2018-12-18 11:50:00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속담이 있다. 부모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본 말일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 속담을 통해,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해왔다. 그러나 속담의 진정한 뜻은 부모가 되고 나서야 깨닫기에, 준비되지 않은 부모는 오늘도 전쟁을 치른다.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양육전쟁의 패잔병이 된 부모는 상담실에 와서 백과사전을 찾는다. 자녀 행동에 대한 갖가지 대처방법이 적혀있는 백과사전 말이다. 안타깝게도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 지침서는 없다. 내 아이는 이 세상에 딱 한 명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우연히 적절한 훈육을 발견해도 다시 찾아 헤맨다. 이는 아이를 키우는 방향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양육 행동으로 키우고자 할 때 발생한다. 그렇다면 양육이라는 망망대해에서 등대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당신은 홀로 서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답하고 싶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성인으로서 책임있는 삶을 살아가는 독립체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머릿속의 다짐일 뿐 실제 생활은 다르다. 이는 양육에 대한 걱정과 조바심으로 나타나는 부모의 불안이 하나의 요인이다. 마치 끝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닮은 부모의 불안은 자녀에 대한 이해를 늦춘다.

예를 들어보자. 자녀의 등교 거부는 부모의 걱정거리이다. 학교생활은 긍정적이고 보편적인 삶을 대변하기에 걱정은 당연하다. 하지만 걱정이 불안으로 바뀌는 순간, 문제는 달라진다. 등교 거부에 대한 자녀의 마음을 살피기보다 부모의 커져 버린 불안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초점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의 온갖 당근과 채찍으로 자녀는 등교할지 모르지만, 등교 거부의 진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자녀를 이해할 기회는 부모의 불안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또한, 부모의 불안은 자녀가 성장하는 기회를 뺏는다. 문제행동을 자녀가 거쳐야 할 과업으로 보지 않고, 부모의 불안 감소를 위해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부모가 문제행동을 먼저 제거함으로 인해 자녀는 스스로 인식하고 해결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행착오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거나, 문제 해결력 부족으로 적응이 힘들어질 뿐이다.

이와 달리 문제행동을 자녀가 살아가야 할 삶의 일부로 여기는 경우, 자녀는 문제행동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책임지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 뿐 아니라, 부모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 지를 요청하고 의논할 수 있다. 이 때, 문제행동은 자녀를 성장시키고 독립된 인격체로 나아갈 기회가 된다.

이처럼 양육은 자녀의 삶과 구분할 수 있는 지혜와 안정되고 독립된 마음이 필요하다. 부모가 먼저 분리하지 못하면 자녀를 독립시킬 수 없다. 어쩌면 부모 됨은 끊임없이 단련하는 홀로서기의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홀로 서 있는 부모만이 새로운 인격체의 탄생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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