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대구대표도서관' 설립으로 기능 이전 불가피"
문화계, 지방의회 "한 세기 이어온 역사성 훼손 안돼"
100년 역사를 간직한 대구시립중앙도서관(이하 중앙도서관)의 존치 여부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새로운 대구 대표도서관을 세우고 기존 도서관을 국채보상운동의 자료관으로 활용하려는 대구시의 계획에 대해 현재 중앙도서관의 입지와 역사성을 고려해 도서관 기능을 유지해야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 "국채보상운동 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해야"
대구시가 중앙도서관의 용도변경에 나선 주된 이유는 오는 2021년까지 '대구도서관'이 완공되기 때문이다. 시는 남구 대명동 미군기지 캠프워커 헬기장 이전 터에 사업비 498억 원을 들여 대구 대표도서관을 짓는다. 지하 1층, 지상 4층에 연면적 1만4천350㎡ 규모로 건립되며 공모를 거쳐 '대구도서관'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중앙도서관이 담당해왔던 '지역대표도서관' 기능을 대구도서관이 상당 부분 대체하게 됐다. 대구시는 도서관법 개정에 따라 지난 2011년부터 중앙도서관을 지역대표도서관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시설이 낡은데다 도서관 이용 경향과 맞지않는 분산된 공간구조 등 지역 대표도서관으로서 기능을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때맞춰 지난해 10월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면서 중앙도서관의 개보수와 연계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아카이브'건립이 급물살을 탔다.
중앙도서관과 가까운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은 시설률이 40%로 제한된 근린공원인데, 이미 39.8% 가량 시설이 들어서 아카이브 건물을 신축하거나 기존 전시관을 증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채보상운동 정신 세계화 사업과 아카이브관 건립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집에 포함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대구시 관계자는 "중앙도서관에서 대구도서관으로 빠져나갈 일부 기능을 채워줄 콘텐츠가 필요했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안쪽이라는 중앙도서관의 위치도 적합했다"며 "국채보상운동에 담긴 국난 극복과 나눔의 정신을 국내외에 알릴 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국·시비 등 189억여원을 들여 재탄생할 중앙도서관은 도서관(Library)과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을 합친 '라키비움'(Larchiveum) 구조로 조성된다.
국채보상운동 당시 보도 내용이나 기부금 장부, 취지서 등을 전시하는 전시관 외에도 체험공간과 강의실, 문화공간 등이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것.
보관 중인 도서 등 자료 상당수는 새로 생길 대구도서관으로 이관하지만, 도서 대출 및 열람 기능도 일부 유지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내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의 박물관 설립 사전타당성 평가를 거쳐, 2021년 하반기쯤 대구도서관 개관에 맞춰 함께 문을 열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중앙도서관 이전 반대 의견과 관련해 내년 초에 시민토론회를 열고 지속적으로 주민 의견을 반영할 계획"이라며 "아카이브관 명칭 또한 시민 공모를 거쳐 100년 역사의 '중앙도서관'과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이라는 두 역사적 자산을 아우른 명칭을 선정하겠다"고 했다.

◆"100년 역사성 훼손 우려"
중앙도서관을 '국채보상운동 아카이브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두고 문화계와 지방의회의 반발도 적지 않다. 1919년 설립돼 대구의 근·현대사를 관통한 중앙도서관의 역사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고 주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도 부실했다는 것이다.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 문제에 중앙도서관 이전까지 겹친 중구청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앙도서관의 용도변경에 문화계는 반발 목소리가 거세다. 유성동 일상의문화연구소장은 "중앙도서관을 그대로 존치하되, 증축이나 신설을 통해 아카이브관을 지어야 한다"며 "국채보상기념 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폄하하거나 우위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장소를 보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해광 중앙도서관장은 "하루 5천명의 시민들이 찾는데다 문화적 상징성이 깊은 도서관을 갑작스럽게 없애면 혼란이 올 것"이라며 "아카이브관은 따로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은 시민 의견 수렴이나 공청회 등 사전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경숙 중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재 대구 중구에 남아 있는 도서관은 중앙도서관이 유일하다"며 "새로운 도서관이 건립되더라도 한 세기의 역사를 지닌 도서관을 주민 동의도 없이 다른 기능으로 사용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전경원 대구시의원(자유한국당)도 "중앙도서관은 대구의 역사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국채보상운동 기록물보관소는 중앙도서관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도서관협회에서도 최근 성명을 내고 중앙도서관 이전 반대에 나섰다. 올해 말까지 대봉도서관이 동구 신암동 2·28기념학생도서관으로 이전하면 중구에 하루 5천명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은 중앙도서관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한국도서관협회는 "도서관을 없애고 박물관(아카이브관)으로 변경하는 사항을 검토하면서도 시민 의견 수렴이나 공청회 등의 논의과정 없이 추진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구 중구청은 중앙도서관의 용도가 변경되면 이용객 감소와 주변 상권 위축 등이 예상된다며 불편한 기색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중앙도서관 등 주요 공공시설은 도심에 있어야 시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일방적인 이전 및 기능 축소 계획에는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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