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보수진영 이합집산(離合集散)과 합종연횡(合從連衡)의 해가 될 것이다.'
노련한 5선 국회의원의 전망이다. 2020년 4월 15일 치러질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관건은 대구경북의 선택이다. 대구경북이 보수의 본산(本山)이자 종가(宗家)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보수의 중심에 설 수 없다. 보수빅뱅은 대구경북의 몸값을 확인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교만이나 허세가 아니다. 최근 만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보수진영에게 대구경북은 절반 이상의 의미고 한국당 당권은 대구경북의 동의를 얻는 인사만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새해에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그리고 아직 데뷔조차 하지 못한 예비 정치결사체가 대구경북의 마음을 사기 위해 동분서주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까지가 기존 한국 정치다. 국민의 지지를 기다리는 정당이 정강·정책을 공개하고 집권 후 청사진을 제시한 뒤 공직선거에 후보를 공천하면 국민은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식이다.
주권자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주어진 선택지에서 하나를 선택할 뿐이다. 선택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알 길이 없다. 흡사 주유소와 휴대전화 통신사를 선택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말 그대로 주객전도(主客顚倒)다.
정치가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핵심영역이고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면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편의상 TK(대구경북) 정치로 범주를 한정한다.
발상을 뒤집어보자. 대구경북 지역민이 원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천명하고 그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 오라고 요구하면 어떨까!
그렇다. 일종의 갑질이다. 하지만 주권자가 자칭 '머슴'에게 하는 갑질이기 때문에 비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인적 쇄신 수준에 실망할 필요가 없다. 바른미래당의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이 하는 행태에 답답해할 이유도 없다. 새롭게 깃발을 올리는 신생 보수정당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된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은 영화나 노래 제목일 뿐이다. 지지를 원하는 정당이 주권자에게 할 말이 아니다. 정당이 주권자에게 '의리'를 요구하는 정치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대구경북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면 ○○○한 정당을 만들어 오라!'고 요구하고 지역의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정당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주도권을 가져오자.
혹자는 지역민의 마음이 하나가 아닌데 어떻게 대구경북의 요구를 규정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합당한 지적이다.
어떻게 만들어진 선택지인지도 모르고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후 수년을 후회하기보다 대구경북이 진정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지역민의 중지를 모으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솔선수범)는 기본이다. 종가의 종손이나 종부가 가문이 지켜야 가치를 뒤로하고 자기집 곳간부터 채우지는 않는다. 단순히 대구경북에 더 많은 예산을 가져오고 지역 출신 인사를 중용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대구경북은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저하지 않고 구국의 최선봉에 섰다. TK정치는 그 모범을 따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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