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영 대구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교수
독일 공영방송 'LOGO!' 프로그램
어린이에 어려운 뉴스 용어와 내용
사진 삽화 그래픽 곁들여 쉽게 설명
우리도 아이들 알 권리 충족해줘야
평소 뉴스와 시사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지금도 독일 TV와 라디오를 꾸준히 듣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ZDF 프로그램 중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LOGO!'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1989년에 처음 방송되었는데, 8세부터 12세까지의 어린이를 주 타깃으로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는 뉴스이다. 어린이들에게 어려운 뉴스 용어와 내용을 사진·삽화·그래픽을 곁들여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어른들의 일반 뉴스 방송처럼 LOGO 프로그램 역시 정치, 역사, 교육, 환경, 문화, 스포츠, 날씨 분야의 뉴스를 전하고, 어린이들이 자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또래 친구)과 이야기하고 궁금해 할 수 있는 모든 주제를 다루고 있다.
LOGO 방송 프로그램에서 흥미로운 것은 어린이가 직접 방송 리포터가 되어 실제로 정치인, 축구선수, 유명 연예인 등을 만나 인터뷰하는 코너이다. 어린이는 주체가 되고, 정치라는 단어를 자신의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LOGO 프로그램은 어린이의 시각과 생활세계를 담으려는 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LOGO 방송에서 예컨대 정치인과 인터뷰하는 코너는 어린이들이 딱딱한 정치 주제에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은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다루었던 뉴스 내용과 연관된 배경 지식을 방송 홈페이지에서 심화할 수 있고, 블로그를 통해 제작진과 시청자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또한 LOGO 방송에서 필자의 눈에 띄는 점은 어린이가 주체가 되어 어른을 인터뷰하는 장면과, 어린이 리포터를 그저 보호해야 하고 길들여야 하는 존재가 아닌 어른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어른들의 시선과 태도이다. 그러한 자세에는 어린이는 경험이 적어서 판단 능력이 부족하고 아동기는 성인기의 준비에 불과하다는 견해와 달리, 어린이의 자기 결정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인식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대중매체 속에 비쳐진 어린이의 이미지는 필자의 과대 해석일지 모르지만, 세상에 당당하게 질문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어른 흉내(예컨대 성인가요, 아이돌 노래와 춤을 따라하는 행동)를 내거나 퀴즈를 잘 푸는 영재 어린이의 모습을 자주 접한다. 대중매체에서 재현되는 이러한 어린이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 하고 즐거워하는 어른들의 반응에는 아마도 어른들의 기대와 욕구를 어린이에게 투사함으로써 어른들의 지배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17조에 의하면, 어린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알 권리가 있으며 각자가 마주한 세계에 많은 질문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들은 세상을 알고 싶고 스스로 탐색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어린이를 위한 뉴스는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듣고 보는 경험을 바탕으로 질문을 하고 답을 찾으며 세상을 보는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우리 사회에 어린이를 위한 TV 뉴스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 물론 어린이 뉴스를 위한 화제 선별에는 제한이 없지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과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이 담긴 콘텐츠를 어린이에게 그대로 노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어린이 뉴스는 복잡한 세상과 사회의 연관성을 단순화시켜 재구성함으로써 문제 상황을 축소시키는 것은 아닌지 지속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디지털기기를 접하며 자라난 디지털 세대 어린이들에게 흥미와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뉴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오늘날 어린이를 위한 뉴스의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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