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원 교수의 4.0시대 천직, 나만의 心쿵Job] <5> 천직발견 4단계 : 커핑(Cupping)하듯 설렘을 측정하라

입력 2018-11-26 06:30:00

허남원(계명문화대 컴퓨터학부 교수, 평생교육원장)
허남원(계명문화대 컴퓨터학부 교수, 평생교육원장)

"달빛이 좋은가, 햇빛이 더 좋은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기록적인 더위가 지속되었던 지난 여름밤을 아이스커피로 달래가며 수없이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던 질문이었다.

첫 번째 답은 분명했다. 아이스커피를 마셔가며 바라보던 여름밤의 달빛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달빛이 좋은 이유를 깨친 것은 벌레소리가 들리는 초가을이 되어서였다. 밤에는 다른 빛이 별로 없어서였다. 자신만의 이유를 알고부터는 달이 더 좋아졌고 달빛이 보이는 밤이 더욱 행복하였다.

좋아하는 직업을 알지라도 그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좋아하는 직업이 여러 개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일들을 모두 다 해보기에는 누구에게나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우선 가장 좋아하고 설레는 일부터 시작하며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검푸른 하늘에 떠있는 달을 설레는 마음으로 바라볼 때는 당연히 커피가 좋다. 밤하늘 색깔에 졸림까지 물리쳐주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초콜릿향의 카페모카, 멋진 쓴맛의 에스프레소, 달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빠져있는 아포가토, 커피 방울의 정성이 느껴지는 콜드브루 등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선택하는 커피 맛은 생두가 생산된 지역과 가공방식 및 로스팅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커피열매는 생산지가 고산지대의 아라비안인가 열대지방인 로부스타인가에 따라 향미의 강도에 차이가 있다. 열매에서 생두를 끄집어내는 과정이 자연건조인가 물에 씻느냐에 따라서 커피의 바디감과 향미가 나타난다. 로스팅의 정도(배전도, 볶음도)가 약하면 신맛과 단맛이 느껴지며 강하면 초코 향과 쓴맛이 나타난다. 또한, 블렌딩으로 특성이 다른 2가지이상의 커피를 섞어서 완전히 다른 맛을 만들기도 한다.

다방커피나 믹스커피 시대와는 다르게 최근에는 이처럼 커피가 다양해져 '선택의 패러독스(Paradox of Choice)'가 일어날 수 있다. 옵션이 너무 많아서 결국에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하여 커피 전문가들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서 커피맛을 평가하는 커핑(cupping)을 한다. 커핑으로 생두의 가격과 로스팅 포인트를 정하며 최고의 블렌딩 조합을 구상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중요한 커핑을 느낌으로만 하지는 않는다. 분쇄된 원두가루 자체의 향기(fragnance)와 원두가루에 물을 부은 후 올라오는 방향(aroma), 커피를 입에 머금었을 때 느껴지는 향미(flavor), 산미를 뜻하는 산도(acidity), 입안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존재감(body)에 따라서 커피 맛의 순위를 엄격히 결정한다.

천직을 찾을 때도 단순한 느낌으로 해서는 안 된다. 설레는 직업을 찾으려면 커피에서처럼 5가지 정도는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모든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금전, 그런 것이 외면으로 나타났을 때의 명예, 세상과 사회에 끼치는 공헌, 그리고 본인이 그 일을 하면서 느끼는 열정, 마지막으로 그 일에서 발견하게 된 재능 등이 참고 되어야 할 것이다.

맛이나 향기로 매료된 커피가 나만의 커피가 되어가는 것처럼 우연히 발견한 직업이 나만의 心쿵Job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주요한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커핑으로 커피를 찾아가듯이 잘못된 선택으로 뒤늦은 후회가 없도록 직업선택도 설레게 하는 요소들을 빈틈없이 고려해야 진정한 천직을 만나게 될 것이다.

(계명문화대 컴퓨터학부 교수, 평생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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