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컬링 '팀킴', 지역의 자랑으로 남게 해줘야

입력 2018-11-17 06:30:00

지역의 자랑인 경북 여자 컬링팀 '팀킴'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팀킴'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컬링 지도부와 감독 등에 대한 문제를 폭로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운동밖에 모르는 선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들이 용기를 낸 것은 컬링팀 운영이 얼마만큼 잘못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들어온 기금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상금을 정산받지 못했고, 상금 내역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팀 이름으로 들어온 상금·기금은 선수들도 알 권리가 있다. 그런데도, 지도부와 감독이 선수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임의대로 처리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흠결이다.

선수들은 팬들이 보내준 편지와 선물을 모두 포장 뜯긴 채로 받았다고 했다. 아직도 사생활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선수 관리를 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지도부와 감독 등이 스킵 김은정의 결혼·임신 계획을 문제 삼아 팀에서 입지를 줄이려 했다는 것도 이해 못 할 일이다. '결혼했다고 운동을 그만둘 수 없다'는 선수들의 항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결혼출산 뒤 훨씬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이 얼마든지 있다.

선수들의 비판 대상은 김경두 전 컬링협회 부회장 가족이다. 김경두 전 부회장은 컬링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컬링을 개척해 현재에 이르게 한 공헌자다. 그간의 고군분투는 높이 사지만. 그렇다고 사위를 대표팀 총감독, 딸을 여자 대표팀 감독으로 활동하도록 한 것부터 잘못됐다. '김 전 부회장 가족이 다 해 먹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모든 문제는 김 전 부회장 가족에서부터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김 전 부회장 가족은 본인들의 잘못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더는 선수들을 지도할 상황이 아니다. 이제는 '특정 가족의 독주'라는 얘기가 나와선 안 된다. 합동감사가 19일부터 시작된다니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경북도·경북체육회도 방관하지 말고 나서야 한다. 여자 컬링팀이 올 초 평창올림픽 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국민의 자랑으로, 지역의 자부심으로 남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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