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간송미술관은 '이우환미술관 전철' 밟지 말아야---다양한 미술관건립 논의 타산지석으로

입력 2018-11-11 18:38:14 수정 2018-11-11 20:16:46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예정지인 대구 수성구 삼덕동 360-6 외 2필지.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예정지인 대구 수성구 삼덕동 360-6 외 2필지.

대구에서 작가 개인 또는 문화재단의 이름을 딴 미술관 건립이 논의된 것은 '(가칭)대구간송미술관' 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2014년에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이하 이우환미술관)이란 이름의 미술관 건립을 둘러싸고 대구시와 시민사회단체, 문화예술인들 간에 갈등이 빚어졌다. 이에 대구시는 2014년 10월 이우환미술관 건립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우환미술관 건립 백지화는 대구미술브랜드 가치 제고라는 측면에서 필요했지만 미술관 건립을 두고 절차상 논란이 만만치 않았다.

이우환미술관 건립 아이디어는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작가 이우환 씨와 일부 화랑 및 이 화백의 작품 소장자 몇 명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구시는 미술관 건립을 위해 타당성 조사 등에 예산 40여 억원을 쏟아 부으면서 지역 문화예술계는 대구시의 행정미숙과 밀실행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나아가 불투명한 사업배경과 진행과정, 작품구입비 논란 등으로 미술관 건립 반대여론이 높아졌다.

게다가 이우환 작가의 작품 뿐만 아니라 이 작가의 친구 작가들 작품도 들여오기로 하면서 미술관의 정체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미술관 이름도 '이우환 미술관'이 아니라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로 해야 한다는 반발이 제기됐다.

사실 이우환 화백은 대구와 연고가 별로 없다. 다만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대구현대미술제가 열릴때 당시 수화랑에서 이우환 초대전이 열렸고 이후 이우환이란 이름이 우리나라에 알려지게 됐다.

이런 사정으로 지역 문화예술계는 이우환미술관 건립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이에 여론의 부담을 안은 이 씨가 유럽에서 장문의 편지를 대구시에 보내 본인과 관련된 미술관 건립에 관심이 없고 그런 의지도 없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미술관 건립은 백지화됐다.

(가칭)'대구간송미술관' 건립과 이우환미술관 건립은 여러 측면에서 사정이 다르다.

이우환이 개인이라면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전국구'라고 할 수 있다. 간송이 소장한 1만여점의 문화재는 실로 그 효용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따라서 간송미술관이 대구에 건립되면 간송이 보유한 문화재와 그에 따른 콘텐츠가 고스란히 대구에서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 또한 국보와 보물급의 문화재들은 그 법적 근거와 지위가 수장고가 있는 지역에 해당되므로 대구간송미술관에 속한 모든 문화재는 곧 대구시의 자산이라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이같은 문제를 매끄럽게 정리하기 위해서는 대구시가 간송측과 함께 이들 문화재에 대한 법적 지위와 용도 등에 대한 합의점을 이끌어 내야 한다.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무산된 이우환미술관 이외에도 대구에서 이인성미술관, 대구근대미술관 등 많은 미술관 건립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매번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며 "대구시는 이번 '대구간송미술관' 건립과 관련, 앞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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