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인의 가슴에 새겨질 '신라의 미소'

입력 2018-11-26 10:12:34 수정 2018-11-26 19:21:22

이두환 경주문화엑스포 사무처장

이두환 경주문화엑스포 사무처장
이두환 경주문화엑스포 사무처장

신라의 돌멩이 하나가 될 뻔했던, 혹은 고향 땅을 밟지도 못했을 뻔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에 관한 이야기가 큰 관심을 끈다. 바로 '신라의 미소'라 잘 알려져 있는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이 수막새의 보물 지정을 예고했다.

'얼굴무늬 수막새'는 일제강점기 경주 영묘사지(현재 사적 제15호 흥륜사지)에서 출토됐다. 1934년 일본인 의사 다나카 도시노부가 경주의 한 골동상점에서 이 수막새를 사들이면서 일본으로 넘어갔으나 고(故) 박일훈 국립경주박물관장의 끈질긴 노력으로 1972년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수막새는 추녀나 담장 끝에 기와를 마무리하기 위해 사용한 둥근 형태의 와당이다. 이 수막새는 와당 제작 틀에 찍는 일반적인 제작 방식과 달리 손으로 직접 빚었다. 이마와 두 눈, 오뚝한 코, 잔잔한 미소와 두 뺨의 턱선이 조화를 이룬 모습에서 숙련된 장인의 솜씨가 엿보인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알려진 삼국시대 얼굴무늬 수막새이다. 신라인들의 염원을 구현한 듯한 높은 예술적 경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신라의 우수한 와당 기술이 집약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수막새를 보물로 지정하겠다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20년 전 이 수막새의 진가를 알아보고 이를 모티브로 한 심벌마크를 제작해 경주와 엑스포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오고 있었기에 이 소식이 더욱 반갑다. 경주엑스포는 1998년 첫 행사를 앞두고 1997년 공모를 통해 수막새와 태극문양을 형상화한 엑스포 공식 심벌마크를 정했다. 리플릿, 포스터, 영상 등 각종 홍보 매체에 이 심벌을 널리 사용했다. 엑스포 정문 지붕은 물론 직원들의 명함, 공중전화카드, 기념주화 등 수막새가 새겨진 기념품을 제작해 경주와 신라를 알려왔다.

수막새의 매력적인 모습과 엑스포의 이러한 노력은 경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강하게 다가갔고, 명실공히 '신라의 미소'는 경주의 대표 상징물 중 하나가 됐다. 더욱 의미 있는 일은 신라의 정신이 담긴 엑스포 로고와 행사의 가치가 세계에서도 통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국외 행사였던 캄보디아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6'에서는 '신라의 미소'(얼굴무늬 수막새)와 '앙코르의 미소'(바이욘사원 사면상)가 어우러져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터키, 베트남 등 모두 아홉 차례 엑스포에서도 얼굴무늬 수막새는 물론 첨성대, 신라 금관과 엑스포 개최국의 스토리, 문화유산과 함께 형상화한 새로운 엠블럼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1998년 첫 경주엑스포 선포식에서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가 간직한 천년의 미소를 통해 인류의 꿈을 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주엑스포가 우리 국민들에게는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드높여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주는 출발점이 되기를, 세계의 다채로운 문화를 공유해 세계인의 문화축제가 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얼굴무늬 수막새'의 보물 지정은 '한국문화의 세계화, 21세기 세계문화의 중심'에 서겠다는 경주엑스포에 새로운 힘과 용기를 주고 있다. 경주엑스포는 신라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더욱 풍부한 스토리로 엮어 새롭고 특별한 가치를 창출해 나갈 것이며 글로벌 문화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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