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방관들 진정으로 아껴주시길!

입력 2018-11-08 11:19:11 수정 2018-11-08 19:17:34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최영상 대구보건대 교수
최영상 대구보건대 교수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왠지 모를 불안이 엄습한다. 나와 상관없는 상황일지라도 누군가 위험에 처했다는 짐작이 그렇게 만든다. 소방차가 앞다투어 줄을 잇고 그 뒤를 구조구급차량이 재촉하듯 내달리는 광경을 보노라면 심리불안은 가중된다. 실제 불이 나고,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다치는 사고 현장에 있다면 강도는 더할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아들과 딸,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바로 그곳에 있다. 그들의 이름은 소방관이다.

지난해 전국에서는 4만4천178건의 크고 작은 불이 났다. 화마 속에서 소방관들은 고군분투했다. 안타까운 희생과 상실을 뼈에 새기면서 목숨을 잃거나 다친 2천197명의 국민과도 함께한 것이다. 구조출동 현장의 수많은 아픔과도 만나야 했다. 올 들어 80만5천194건의 구조출동을 했고 구급차를 이용한 응급환자 이송은 무려 278만8천101건이나 됐다. 전국 215개 소방서 4만7천457명의 소방관들이 지금까지 감당해낸 기록이다. 거기에는 안전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아비규환에 뛰어든 소방관들의 희생도 있었다. 602명이 다치고 2명이 순직했다.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소방관들의 일터는 대체로 평탄하기 어렵다. 강인한 정신과 체력을 바탕으로 임해도 참혹한 현장은 이들에게 적잖은 생채기를 남긴다. 한 번도 아닌 반복적으로 투입되기에 때로는 원하지 않는 상흔이 남기도 하고 무거운 기억들로 힘든 현실에 놓이기도 한다. 실제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고통으로 치료가 필요한 수준에 이른 소방관들도 있다.

여기에는 화재 현장을 벗어난 구급 현장에서의 마구잡이 폭력도 한몫한다. 통계를 보면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5년간 119구급대원 840명이 위급한 상황에 처한 시민을 구하러 가서 폭행을 당했다. 심각한 음주폭행으로 여성 소방관이 사망한 사건은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소방관들이 구급 현장에서 몸과 마음이 짓밟히는 것을 넘어 사망에까지 이르는 현실은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국민들이 폭행이나 장난전화 등으로 소방행정력을 낭비하는 일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특히 폭력행위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소방관들을 폭력의 위험에 내몰지 않기 위해서는 최근 여러 분야의 법망에서 질타 받는 솜방망이 처벌부터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건화된 것만 봐도 그렇다. 폭행자가 구속된 경우는 5년 동안 38명뿐이었다. 나머지는 단순 벌금형에 그쳤다. 죄에 비해 벌이 가볍다는 인식이 잘못된 시민의식을 낳는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형량을 무조건 높이라는 것은 아니다. 소방관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구조구급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현실을 감안한 법적용이 필요할 뿐이다.

오늘 소방의 날(11월 9일)을 맞는 시점에서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하며 "가장 먼저 들어가서(first in) 가장 마지막으로 나오겠다(last out)"는 신념으로 거침없이 불길로 뛰어드는 소방관들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사랑해주길 바라본다. 때리면서, 존중하지 않으면서 부르는 것은 참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기에 깊은 갈망으로 손을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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