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새로운 시대는 '말씀'과 함께 왔다. 벼락처럼 느닷없이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온갖 매스컴이 하나같이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즉,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의 '말씀'을 전했지만 선뜻 와 닿진 않았다. 그가 누군지도 몰랐고 무엇보다 당장의 내 삶이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었다. 어제도 오늘처럼 살았고 내일도 오늘같이 살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보니 처음엔 약간의 저항도 있었다. 진짜 새로운 세상이 온 게 맞는지 한번 따져보자는 거였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들은 끊임없이 전해지는 '말씀'에 묻혀 사라져 갔다. 그리고 '말씀'이 계속될수록 사람들은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모르는 게 뭔지, 세상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아야만 했다. 특히나 대한민국은 지난 몇 년간 이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느라 온 나라가 들썩였다. 별안간 수많은 전문가가 나타나 4차 산업혁명을 설파했고 지금도 하고 있으며 갈수록 더해질 태세다. 그들의 가르침은 대개 '슈바프'의 '말씀'을 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인공지능, 빅 데이터, 초연결사회 등을 열거한 다음 우리 앞에 다가온 새로운 시대를 받아들이면 살 것이요, 외면하면 몰락할 것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얼핏 결론만 보면 무슨 종교 같기도 하다. 전문가는 사도처럼,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새로운 세상은 믿음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낙원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토록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말씀'의 성지가 된 데는 이른바 '리더'라 불리는 이들과 정부의 역할이 매우 컸다. 분야를 막론하고 어찌나 4차 산업혁명을 강조했던지 이젠 4차 산업혁명 없이는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어떤 것도 도모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될 것 같은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잠시 이전 시대, 그러니까 2016년 1월 '슈바프'의 선언이 있기 전으로 돌아가 보자. 그때도 일상에서 지금과 거의 같은 성능의 스마트폰을 지금과 거의 같은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따지자면 우리의 생활에 연결, 공유, 개방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요소들이 이미 들어와 있었다는 이야기다. 인공지능, 빅 데이터 또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 조금 더 이전으로 돌아가 보면 어땠을까?
대한민국은 국민 2명 중 1명이 소위 '싸이질'을 했을 만큼 연결과 공유에 있어 세계 최강국이었다. 서드파티(third party)를 창출하는 강력한 플랫폼을 '아이폰'의 등장 훨씬 이전에 이미 만들고 경험한 것이다. 요즘 '말씀'마다 따라붙는 과거 '추격형 인재'(Fast Follower)의 시대가 가고 '도전형 인재'(First Mover)의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호들갑은 그래서 더 뜬금없다.
2000년 한 해 동안 1만 개가 넘는 벤처기업이 탄생했고 그 주역들은 모두 '퍼스트 무버'였다. '말씀'만 넘치는 지금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은 매우 포괄적인 개념을 담고 있는 아직은 불확정적인 하나의 용어일 뿐이다. 이것으로 나라를 발전시키겠다는 말은 그냥 막연히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사회적 토양과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사라진 '퍼스트 무버'들부터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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