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도지사의 눈물

입력 2018-11-01 05:00:00

박병선 논설위원
박병선 논설위원

울음이 흔한 세상이다. 남자는 일생에 세 번 운다는 말이 있지만, 걸핏하면 우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특히 정치인의 눈물은 진실인지, 위선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론인 조갑제의 글이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한 장관의 장례식에 참석해 농담을 하고 있었다. 비디오 카메라가 자신을 찍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자, 클린턴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이 되더니 눈에는 금세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조갑제는 클린턴을 두고 "눈물을 흘려야 할 경우를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라고 평했지만, 한국인이라면 '연예인 같은 정치인'이라고 눈살을 찌푸리기 십상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뻑 하면 눈물을 흘려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표적 정치인이다. 1998년 르윈스키 스캔들 때 TV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성관계도 없었고, 거짓말을 권유한 적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나중에 특검 수사를 통해 밝혀지지만, '눈물 호소'는 새빨간 거짓이었다. 클린턴의 행동은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거짓 눈물)의 전형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눈물로 성공한 경우다. 2002년 대선 TV 광고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눈물을 흘려 '50만 표 득표' 효과를 얻었고, 대선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월 '고 신영복 선생 1주기 추모식'에서 홀로 눈물을 흘렸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당명을 신영복의 '더불어 숲'에서 따올 정도로 존경했다고 한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지난달 26일 구미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9주기 추모식'에서 추도사 도중 세 차례나 눈물을 훔쳤다. 이 지사는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참석자들은 "이 지사의 진정성을 봤다" "박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나라 걱정을 했다"고 호평했다. 일부에서는 "부모가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기독교 신자의 눈물이라니 어울리지 않다"고 비꼬았다.

정치인의 눈물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지지자에게는 진심으로 읽혀지고, 반대자에게는 가식으로 보여진다. 정치인의 눈물을 보면 '눈물보다 빨리 마르는 것은 없다'는 서양 속담이 생각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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