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속 막걸리 테스트 관련 비판을 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같은날 추가 언급을 했다. 자신의 비판 논지에 대한 논거로 읽힌다.
다음은 최근 3개 게시글 전문.
막걸리 맛에 물이 미치는 영향은 물론 있다. 물에 함유된 미네랄의 종류와 양에 따라 막걸리 맛에 변화가 생긴다. 물에 든 미네랄을 따져가며 막걸리를 빚으면 더없이 좋을 것이나 자체 연구소 정도 차려놓은 양조장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현실에서는 양조장마다 쓰는 물이 다 달라 "어떤 물이 막걸리 맛을 좋게 한다"가 아니라 "우리는 이런 물을 쓰니 이런 맛의 특징이 있다"는 정도의 일로 여긴다. 그러나 실제로 물의 차이로 인한 막걸리 맛의 차이를 분별하여 구체적으로 말을 해보라 하면 불가능하다. 쌀과 누룩, 발효실의 조건 등 기타 요소가 막걸리 맛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물의 차이는 크게 신경쓸 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러니 막걸리를 잘 빚으려면 잡맛이 없는 위생적인 물이면 충분하다. 수돗물은 안전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염소 냄새가 문제이면 수돗물 받아다 하루이틀 두었다 쓰면 된다.
의뢰받은 강연이 아니라, 내가 기획하여 던진 첫 대중 강연의 주제가 "당신의 미각을 믿지 마세요"였다. 미각을 갈고닦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 음식 맛에 대한 분별이 일부 생길 수도 있으나 인간의 감각이란 게 워낙 허술하여 그 분별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음식 공부 하다가 인간 공부로 넘어가면서 깨달은 것이었다. 맛은 음식에 있지 않다. 우리의 감각에, 궁극적으로는 뇌에 있다. 당신의 뇌를 믿지 마시라.
요즘은 뜸한데, 한때 방송 제작진이 전화를 하여 "이것과 저것을 맛으로 구분하는 프로인데 출연 가능할까요" 하고 제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간장이며 된장 등 장류, 조미료 넣은 음식과 안 넣은 음식, 천일염 음식와 정제염 음식 등등.. 내 대답은 늘 이랬다. "인간의 감각으로 이를 분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또 그것을 분별하였다고 특별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전 그런 거 안 합니다."
똑같은 메주로 똑같은 조건에서 각각 천일염과 정제염으로 담근 장류를 테이스팅한 적이 있다. 참석자들은 절반은 맞고 절반을 틀리고 했다. 그냥 운으로 맞히는 수준이었다. 전통장류를 오랫동안 담가왔던 '전문가'도 이 둘을 구별하지 못하였다. 그는 무척 황당해했는데, 내가 해준 위로의 말은 이랬다.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는 미각을 가진 인간은 없습니다. 인간의 미각은 원래 허술해요. 그것만 인정하면 마음이 편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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