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민 주거복지 실현은 안중에도 없는 '공기업' LH

입력 2018-09-27 05:00:00

공공임대주택 분양가를 임의로 올려받거나 하자보수비 지급을 거부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갑질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공기업인 LH가 서민의 주거복지는커녕 이익에 눈이 멀고, 만연한 부실 공사로 국민 기대를 저버린 결과다. 이번 법원 판결은 한마디로 LH가 공익과 서민을 외면해온 데 대한 경고이자 공기업 역할 재고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목소리라고 할 수 있다.

사태의 발단은 임대 기간이 만료된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을 둘러싼 갈등이다. 지난 2016년 LH는 구미시 소재 공공임대주택을 분양 전환하면서 5% 인상된 표준건축비를 적용해 분양했다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입주자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결국 민사소송으로 이어져 최근 대구지법은 입주자 584명에게 차액 35억원을 되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상 ‘개정 전 표준건축비’를 적용한 것은 LH의 잘못이라는 게 패소 판결의 근거다.

부실시공 문제도 심각하다. LH 공공임대아파트의 부실 공사를 둘러싼 분쟁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는 게 이를 방증한다. 2011년 LH가 대구시 동구에서 시공·분양한 785가구 규모의 공공임대아파트에서 외벽 균열과 누수, 타일 떨어짐 등 하자가 계속 발생하자 입주자 679가구가 2015년 소송을 냈다. 법원은 수차례 감정을 거쳐 주민이 요구한 25억여원 중 4억여원을 중대한 하자로 인정해 LH에 지급을 명령했다.

LH의 분양가 꼼수 인상이나 부실투성이 공사는 단순히 일개 기업의 문제를 넘어 중대한 사회문제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하고 국민이 큰 기대와 신뢰를 보내는 것은 공익을 우선하는 공기업의 목적과 역할 때문이다. 당연히 LH의 목표는 저소득층의 주거복지 실현이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행태는 공기업 설립 취지와는 멀어도 한참 멀다. LH는 이번 판결을 거울삼아 먼저 공기업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철저하게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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