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채취 위해 나무를 벤다고요?"

입력 2018-09-20 17:51:08 수정 2018-09-20 20:08:44

산림청, 울릉도에만 자라는 너도밤나무 마구잡이 벌목 논란

남부지방산림청 울릉국유림사업소가 최근 산림사업용 종자 채취를 이유로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너도밤나무 20여그루를 무단으로 벌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속 나무처럼 잘려나간 것은 대부분 밑둥치 지름이 30~40㎝의 크고 건강한 나무다. 김도훈 기자
남부지방산림청 울릉국유림사업소가 최근 산림사업용 종자 채취를 이유로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너도밤나무 20여그루를 무단으로 벌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속 나무처럼 잘려나간 것은 대부분 밑둥치 지름이 30~40㎝의 크고 건강한 나무다. 김도훈 기자

숲을 가꾸고 지켜야 할 산림청이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희귀나무를 마구잡이로 베어 내 빈축을 사고 있다.

남부지방산림청 울릉국유림사업소는 지난 15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산림사업용 종자 채취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울릉국유림사업소가 너도밤나무 20여그루를 무단으로 벌목한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너도밤나무는 국내에선 울릉도에만 자라는 참나무과 식물이다. 가을철 가지엔 밤송이를 닮은 작은 열매가 열리는데, 익으면 껍질이 네 갈래로 갈라지며 잣처럼 생긴 씨를 드러낸다.

너도밤나무 종자 채취는 주로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줍거나 작업자가 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절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때론 불량목을 잘라 채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올해는 나무를 통째로 베어내 종자를 채취하고 있다. 장소는 울릉읍 내수전과 북면 석포를 잇는 '내수전 옛길' 울릉읍 쪽 들머리 국유림이다. 이곳엔 10~35년생 너도밤나무 190여 그루가 있다. 울릉국유림사업소가 종자 채취를 위해 이곳에 자라는 너도밤나무 10% 이상을 베어낸 것이다.

이에 대해 울릉국유림사업소 측은 "나무의 건강한 성장을 방해하는 맹아(萌芽) 등 불량목을 제거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현장 취재 결과 잘려나간 것은 대부분 지름 30~40㎝의 크고 건강한 나무였다. 사진을 통해 벌목한 나무를 확인한 복수의 전문가도 "맹아로는 볼 수 없는 건강한 독립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취재를 시작한 다음 날인 20일 오후 다시 현장을 확인한 결과 잘려나간 너도밤나무 밑둥치가 나뭇잎과 흙으로 덮여 가려져 있다. 김도훈 기자
취재를 시작한 다음 날인 20일 오후 다시 현장을 확인한 결과 잘려나간 너도밤나무 밑둥치가 나뭇잎과 흙으로 덮여 가려져 있다. 김도훈 기자

울릉국유림사업소는 직영 양묘장에서 키우거나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 매년 수종을 정해 종자를 채취해왔다. 지난해 너도밤나무 종자 채취량은 10㎏. 그러나 울릉국유림사업소가 지난달 말 작성한 계획서를 확인한 결과 올해 너도밤나무 종자 채취 목표량은 200㎏, 목적은 '남북산림협력 및 시험연구'라고 적혀 있었다.

전문가에 따르면 너도밤나무 종자 200㎏을 얻으려면 열매 1~2t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5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예년의 20배에 달하는 많은 양의 종자를 얻기 위해 나무를 마구잡이로 자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울릉국유림사업소 관계자는 "채취하려면 나무를 15m 정도 타고 올라야 하는데, 많은 양을 채취하려다 보니 작업자들이 편의를 위해 베어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작업자의 단순 실수였는지 여부는 답변하기가 곤란하다"고 말을 바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관계자는 "종자 채취를 위해 나무를 벤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너도밤나무가 북한에서 잘 자랄지에 대해서도 아직 연구된 바 없다"고 말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울릉국유림사업소는 19일 종자채취 작업을 중단했다.

사진 아래쪽으로 주변에서 제일 굵은 너도밤나무 2그루가 잘려나간 흔적이 보인다. 김도훈 기자
사진 아래쪽으로 주변에서 제일 굵은 너도밤나무 2그루가 잘려나간 흔적이 보인다. 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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