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허덕이는 장애인주간보호센터… '난처한' 재활교사, '불쾌한' 장애인

입력 2018-09-14 21:00:00

대체 인력 없어 여성 사회재활교사가 남성 장애인 용변 처리 돕기도

낮 시간대 장애인을 돌보는 장애인주간보호센터의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낮 시간대 장애인을 돌보는 장애인주간보호센터의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박모 씨는 최근 자신이 후원하는 대구의 한 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 들렀다가 화들짝 놀랐다. 여성 사회재활교사가 남성 장애인의 용변 처리를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휴가를 간 남성 사회재활교사를 대신할 대체 인력이 없던 게 이유였다. 박씨는 "남성 장애인은 불쾌한 표정이었고, 여성 사회재활교사의 얼굴에는 난감함이 묻어났다"고 말했다.

장애인주간보호센터가 대체 인력 부족 등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근무하는 사회재활교사와 이용자 모두 자주 곤란한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 주간보호센터 당 사회재활교사가 2, 3명에 불과한데다 성별에 따라 남·녀 1명씩만 배치된 경우가 많아 휴가나 부재 시 다른 성별의 장애인을 돌보는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다.

낮 시간대 장애인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주간보호센터는 대구에 모두 45곳이 운영 중이다. 이용자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이다. 이용 정원은 15명 안팎으로 시는 시설 당 3명의 인건비를 지원한다.

대구의 한 주간보호센터 관계자는 "정원 20명 이상을 3개월 이상 유지하면 인건비 지원을 더 받을 수 있지만 시설 내 공간이 좁아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시설장 1명과 남녀 사회재활교사 각 1명씩 3명이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렇게 최소 인원으로 운영되다보니 사회재활교사 중 한명이 휴가를 가면 성별이 다른 장애인의 용변 처리를 도와야 하는 등 관리에 허점이 생긴다. 또다른 주간보호센터 관계자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데다 자신의 의사 표현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은 더욱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시는 올 3월부터 3억2천만원을 투입해 휴가자 대체인력 9명을 지원하고 있지만, 장애인생활시설이 우선지원 대상이어서 주간보호센터는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대체인력 9명 중 남성 사회재활교사는 2명에 그쳐 필요한 인력을 지원받기 어려운 형편이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은 대체인력이 아닌 상근직원 확대를 해결책으로 꼽았다. 한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는 "대체인력은 시설 이용자들의 개별적인 성향을 알기 어렵고, 이용자들도 불편해한다"며 "보건복지부의 권고안에 따라 이용자 4명 당 직원 1명이 근무하도록 상근 인력을 늘리면 사회재활교사의 성별도 안배할 수 있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다른 광역자치단체들도 대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고, 예산 문제로 당장은 인력 확충이 어렵다"면서 "우선 10월부터 대체인력 3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신 기사